[OSEN=연휘선 기자] 배우 박시후가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연말연시 음악으로 종교적 울림을 전하는 영화 '신의 악단'을 통해서다.
영화 '신의 악단'(감독 김형협, 제작 스튜디오타겟)은 북한에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이 창설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북한 보위부 소속 장교가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조직한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에서 출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12명이 '가짜'에서 '진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 가운데 박시후가 가짜 찬양단 창설 임무를 맡은 북한 보위부 소좌 박교순 역을 맡아 출연한다. 박교순은 어린 시절 일기장에 모친이 보는 어떤 책에 궁금증을 적었다. 엄마가 일요일마다 읽었던 책은 바로 성경. 교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일기장을 낭독하며 검열당하는 시간, 박교순은 성경이 무엇인지도 책을 읽은 대가로 엄마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몰랐다. 순수한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가 엄마를 잃은 그는 무의식 속세 자리잡은 죄책감에, 더욱 열렬하게 당에 충성해 보위부 장교가 된다.
'대북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체제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장교 박교순은 외화벌이에 동원된다. 가짜 찬양단으로 기독교 심사단을 감동시켜 헝가리 NGO 지원금 2억 달러(한화 약 2964억 원)를 받아내야 하는 것. 종교 탄압으로 인해 기독교 신자들은 '예수쟁이' 즉, 반동분자로 불려 수용소에 잡혀가 고문을 받는 판국에 꾸려집 찬양단은 오합지졸 승리악단. '신의 악단'으로 이름까지 바꾼 이들은 단 2주 만에 2억불짜리 부흥회를 열어야 한다.
[사진]OSEN DB.
박교순은 엄마에 대한 상처를 지우지 못한 채 당에 충성한다. 월남한 할아버지가 남긴 성경책을 계속 갖고 있다가 반동분자 예수쟁이로 몰린 사촌 형마저 직접 죽여 충성심을 증명할 정도로. 맹목적인 충성으로 그가 채우려는 것은 진급을 통한 성공이다. 그러나 정작 그를 진심으로 감동시킨 건 오합지졸 가짜들과 함께한 2주동안의 시간이다. 오합지졸들의 자리를 채우려 함께부른 CCM, 찬송가를 통해 박교순은 자신 안에 있던 '진짜'를 발견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신'의 악단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기독교 색채로 가득하다. 박교순을 비롯해 보위부 대위 김태성(정진운) 등 가짜 찬양단을 감시하는 이들은 시나브로 승리악단의 찬양에 물든다. 종교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은혜로, 비종교인들에게는 음악의 힘으로 이를 풀어낸다.
강렬한 종교적 색채는 분명히 이 작품의 허들이다. 비종교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은혜, 신앙의 감성이 영화의 빈틈을 만들어내기도. 악단장 역의 태항호를 필두로 최연장자 무용수 역의 최선자까지 단원들이 열연이 상당하다. 이들이 겪어온 고초 또한 핍박받는 상황에서 신앙의 고결함을 드높이는데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다만 아이돌그룹 2AM 멤버이자 뮤지컬에서도 활약 중인 정진운의 노래는 익히 예상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더욱이 박시후나 승리악단 단원들의 음악 또한 기대 이상의 힘으로 눈을 뜨게 만든다. 이들에 힘입어 2015년 영화 '사랑후애'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박시후도 제몫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