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노출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며 ‘예비 후계자’로서의 위상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 국정 성과를 결산하는 시점과 내년 초 예정된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공개 행보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백두산 인근 삼지연 관광지구 호텔 준공식 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딸 주애가 동행한 모습이 담겼다. 주애는 ‘7·27 0001’ 번호판이 달린 김 위원장의 전용 차량(아우루스)에 함께 탑승했고, 행사 현장에서도 김 위원장과 나란히 걷거나 손깍지를 끼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밀한 부녀 관계를 연출했다. 북한 매체가 이를 반복적으로 노출한 점에 대해 의도적 연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애의 공개 일정은 최근 들어 더욱 잦아졌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지난달 28일 공군절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이달에만 세 차례 지방 공장·호텔 준공식에 동행했다. 군사 분야를 넘어 민생·경제 현장까지 수행 범위가 넓어지며 ‘핵심 수행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의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김 위원장 의전을 담당하는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이 행사장에서 주애에게 앉을 자리를 직접 안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복장 역시 높은 하이힐과 털 달린 가죽 코트 차림 등 이전보다 성숙한 이미지로 연출됐다.
반면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는 공식 행사에 참석했음에도 상대적으로 뒤쪽에서 이동하거나 화면 노출이 제한돼, 딸 주애를 부각하려는 구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최선희 외무상도 김 위원장 부녀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관광산업 활성화와 외국인 유치 메시지를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 성과를 결산하는 시점에 주애를 전면에 등장시켜 모든 치적이 ‘김정은-김주애’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영도 서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행보를 보면 단순한 ‘자제분’ 수준을 넘어 국정 전반을 준비하는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가오는 9차 당대회에서 공식 직책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