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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빵" 北 MZ 덕에 밀·보리 대폭↑…연간 식량 생산량도 증가

중앙일보

2025.12.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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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농기계를 이용해 쌀을 수확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올해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은 490만 톤(t)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기상 여건이 양호했고,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농기계를 도입한 효과로 풀이된다. 특히 밀·보리의 생산량이 급증했는데, 빵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식성 변화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농촌진흥청이 23일 발표한 '2025년도 북한 식량 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북한에서 생산된 식량 작물은 총 490만t으로 지난해 478만t보다 12만t(2.5%) 증가했다. 이는 북한 지역의 기상 여건, 병충해 발생, 비료 수급 상황, 국내외 연구 기관의 작황 자료, 위성영상 정보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라는 게 농진청 측의 설명이다.

작물별 생산량은 쌀 225만t, 옥수수 152만t, 감자·고구마 55만t, 밀·보리 36만t, 콩 20만t 및 기타 잡곡 2만t이다. 특히 밀·보리 생산량이 지난해 28만t 대비 8만t(28.6%)이나 증가했다.

이는 만성적인 식량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표적인 2모작 작물인 밀 생산을 강조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북한 내에서 젊은 세대가 빵을 선호하는 추세가 맞물리며 서로 상승 작용을 이끈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농업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알곡 수확고를 기록했다"면서 "인민들의 식생활 구조가 개변될 때까지 밀재배 면적을 늘리고 밀 가공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이는 북한 내 밀·보리 생산량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올해 밀·보리의 재배 면적은 지난해 14만2000ha에서 17만3000ha로 증가했다.

올해 쌀 생산량도 지난해 215만t에서 225만t으로 10만t(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가 여무는 등숙기인 8~9월 일사량이 많았고 재배 면적도 지난해 51만 9000ha에서 53만6000ha로 증가했기 때문이란 게 농진청 측의 설명이다. 다만 쌀과 함께 대표적인 식량 작물로 꼽혔던 옥수수의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9만t(5.6%)이나 감소했다. 7월 개화기 당시 일부 지역에 발생한 집중 호우와 가뭄으로 수정률이 저조했고, 재배면적도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71만9000ha→69만3000ha·3.6%)

전문가들은 북한이 식량 최소 자급 기준인 500만t에 가까운 생산량을 잇달아 기록한 것에 주목한다. 이는 북한 당국이 2023년 수확기를 앞두고 농기계를 대량으로 보급한 효과로 보인다. 농기계 도입 직전인 2022년 451만t이었던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은 이듬해 482만t으로 31만t(6.9%) 증가했고, 올해까지 이런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2023년 9월에 군수공장을 동원해 제작한 농기계 5500여 대를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지역으로 보내기도 했다"며 "기계화를 통해 알곡 생산은 물론 탈곡 과정에서 발생하던 수확 후 손실분을 보전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개발계획(UNDP)은 2014년 김일성종합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북한의 수확 후 손실이 15~16%(70~90만t)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의 손실률은 7~9%에 불과하다.



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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