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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연 복지의 문, 김동연이 길 넓혔다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5.12.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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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경기] 경기도가 만든 ‘따뜻한 행정’…경기도 복지, 권리가 되다

경기도, 민선 7기부터 8기까지 ‘약자 중심 행정’ 철학 이어져
가족돌봄, 젠더폭력 등 복지 사각지대…전국 최초로 제도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1월 20일 파주시에 있는 제1호 ‘경기도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센터’를 방문해 돌봄 종사자, 발달장애인과 그 보호자들을 만났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복지를 일회성 시혜나 선심이 아닌 도민 권리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촘촘한 정책들로 사각지대 없는 ‘따뜻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겪던 불안, 운동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지 못했던 체육인의 어려움, 환경보호를 실천하면서도 그 행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민의 답답함, 밤길을 걷는 여성과 학대 위험에 놓인 아이들이 겪던 공포, 이동수단의 부족으로 사회 참여에서 밀려나던 장애인의 현실 등은 모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경기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권이 놓치고 있던 영역을 하나씩 포착해 정책을 설계해 나갔다. 돌봄수당, 기회소득, 스마트 안전망, 장애인 이동권 강화 등은 모두 단절된 지점을 잇고 사각지대를 채우는 실험적 시도였다. 그리고 이 정책들은 실제로 도민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며 변화를 만들어냈다.

경기도 복지정책의 변화는 어느 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탄생한 것이 아니다. 민선 7기부터 8기까지 이어진 ‘약자 중심 행정’이라는 철학적 연속성 위에서 발전한 흐름이다. 민선 7기가 청년기본소득·무상교육·무상급식·무상교복 등을 통해 ‘보편적 복지’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민선 8기 김동연 도정에서는 보다 촘촘한 접근으로 확장됐다. 돌봄, 체육, 환경 실천, 안전, 장애인 이동권 등 그동안 복지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영역이 대거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복지는 단순히 취약계층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도민 누구든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갖는 기본적 권리”라고 강조하면서 “사람 한 명, 한 명의 삶이 바뀌는 순간이 도정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돌봄 사각지대 해소 위한 ‘경기형 가족돌봄수당’

경기형 가족돌봄수당은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정책이다.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이 겪는 돌봄 공백은 이미 오래된 사회문제다. 하지만 공적 돌봄이 모든 시간을 책임지기 어렵고, 민간 돌봄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졌다. 결국 많은 가정이 친척이나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돌봄 공백을 메웠지만, 이 비공식적 구조는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면에서 한계를 보였다.

경기도는 이 지점을 제도권의 장점과 결합해 새로운 돌봄 모델을 만들었다. 생후 24~48개월 미만 아동을 조부모, 친인척, 이웃 등이 돌보는 경우 수당을 지급하고, 돌봄 제공자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과 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이는 비공식 돌봄을 공식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고, 돌봄의 질과 안전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한 사례다. 이 제도는 실제 가정의 삶에 명확한 변화를 가져왔다. 조사 결과 맞벌이 가정은 주당 평균 8.3시간 돌봄 공백을 해소했으며, 육아휴직을 추가로 사용하지 않아도 돼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아동의 정서 안정은 51% 증가했고, 부모의 85%는 돌봄 스트레스가 많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삶의 질은 5점 만점에 4.4점을 기록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생생하다. 수원시의 한 맞벌이 아버지는 “퇴근이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했던 마음이 조력자의 도움으로 안정됐다”고 말했고, 안양시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는 “일과 육아 중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상황에서 돌봄수당이 버틸 힘을 줬다”면서 고마워했다. 또 성남시의 한 직장인은 “친정어머니가 돌봄 교육까지 이수해 전문성을 갖게 되면서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아동 학대 조기 발견 체계로도 확장되고 있다. 조부모, 이웃 등이 일상 속에서 아이를 관찰하게 되면서 멍과 같은 신체 변화부터 과도한 공포 반응, 지속적인 굶주림 등 위험 징후를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의 ‘신고 중심 대응’에서 ‘생활 속 조기 발견’으로 안전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경기도는 체육 분야에서 소득이 불규칙한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생활체육 지도자, 은퇴 체육인, 비선출 지도자, 심판 등의 노동은 사회적 기여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득 구조가 매우 불안정했다. 경기도는 이들의 활동을 공공적 가치를 지닌 노동으로 인정하고, 연 150만원씩 두 차례, 총 300만원을 지급하는 ‘체육인 기회소득’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체육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켰다. 조사 결과 월 소득 변동 폭이 27% 감소하며 경제적 안정성이 강화됐고, 은퇴 후 지도 활동을 포기하는 체육인의 비율도 기존 33%에서 18%로 감소했다. 생활체육 프로그램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지역 체육 생태계도 더욱 활성화됐다.

체육인의 반응 역시 정책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양시의 한 생활체육 지도자는 “평생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을 사회가 인정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기뻐했다. 또 수원시의 비인기 종목 선수는 “장비 교체비 부담 때문에 운동을 포기할 뻔했지만, 지원금 덕분에 계속 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과천시의 은퇴 체육인은 “수입 불안정 때문에 지도자 활동을 그만두려 했지만 기회소득 덕분에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평택시에서는 기회소득으로 지도인력이 안정되면서 장애인 생활체육 프로그램의 운영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체육인·기후행동 기회소득…가치 있는 ‘나’ 확인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 감축 활동을 실천한 참여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도 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이다. 이 정책은 경기도가 환경 실천을 개인의 선택이나 도덕적 선행이 아닌 시민의 권리로 전환한 새로운 제도다. 걷기,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 올바른 분리배출 등 16가지 실천 활동을 하면 지역화폐로 1인당 연간 최대 6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정책은 ‘기후행동 기회소득’ 전용 앱(App)이 출시 17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수 171만 명을 달성할 만큼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경기도에서 시행한 기후행동 기회소득 홍보 포스터(왼쪽)와 도민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으로 환경 실천 포인트를 적립하는 모습. [사진 경기도]
이 제도로 인해 도민의 행동에는 명확한 변화가 나타났다. 걷기와 대중교통 이용은 15~22% 증가했고, 분리배출 참여율은 32% 상승했다. 참여자의 87%는 환경 실천 의지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실천 보상으로 지급된 지역화폐는 곧바로 지역상권에서 소비되면서 골목상권 매출이 약 3.2% 증가하는 경제적 효과도 만들어냈다. 제도는 실제 환경보호에도 효과가 나타났다. 기후행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9만6686톤 감소했는데, 이는 소나무 317만 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실제 의정부시에 사는 한 도민은 “평소 걷기와 분리배출을 꾸준히 실천해왔지만, 이제야 그 행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다”고 말했고, 하남시에 사는 도민은 “친환경 운전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실제로 기름값이 절약됐다”면서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기도 했다. 수원시의 한 부모는 “아이가 환경교육에 참여한 뒤 집에서 스스로 분리배출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정책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고, 안산시의 상인은 “환경 포인트가 지역화폐로 사용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수원과 양주 등에서 ‘기회의 창 너머, 장애인 기회소득’ 특별전시회를 열고 ‘장애인 기회소득’ 정책을 통해 변화한 참여자들과 도민이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여성과 아동을 중심으로 한 안전정책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했다.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에 스마트 안전조명과 AI 기반 안심 CCTV를 대규모로 설치해 야간 조도가 부족한 골목길과 원룸촌에 안전망을 강화했다. 스마트 조명은 인체 감지 기능을 통해 어둡던 골목길의 밝기를 자동으로 높이고, 관제센터와 연동되는 방식으로 설계돼 범죄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 AI 기반 고해상도 CCTV는 배회·침입·쓰러짐 등 위험 행동을 감지해 관제센터에 즉시 알리고, 필요한 경우 112와 연계되는 구조다. 이는 ‘카메라가 기록하는 방식’에서 ‘기계가 먼저 감지하고 사람의 대응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안전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경기도는 또한 전국 최초로 ‘젠더 폭력 통합대응단’을 설치해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권력 불균형에서 비롯된 모든 유형의 폭력을 한 체계 안에서 관리한다. 상담은 24시간 운영되며, 피해자는 긴급 상담부터 경찰 연계, 임시 숙소, 법률·의료·심리 지원까지 모두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도는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 함께 ‘도민대응감시단’과 ‘예방 서포터스’를 운영하며 젠더 폭력에 대한 지역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예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아동·장애인 등 약자 위한 ‘따뜻한 정책’

이러한 안전 정책은 일상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조사 결과 여성 야간 귀가 불안은 41% 감소했고, 여성 대상 길거리 범죄는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아동학대 역시 신고 중심 대응에서 조기 발견 체계로 변화해 총 1200건의 선제적 사례 발굴이 이뤄졌다. 학대 중증도는 30% 이상 완화됐다.

경기도는 여성과 아동에 이어 장애인의 이동권, 문화 접근권, 자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을 전면 강화했다. 이동지원 차량 확충, 활동 지원 급여 시간 확대,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 지원 확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등이 주요 정책이다. 이 정책들로 인해 경기도는 장애인의 사회참여율이 크게 늘었다.

이동지원 서비스 이용률은 28% 증가했고, 외부 활동 참여율은 19% 높아졌다. 발달장애인 ‘가족휴식 지원 서비스’는 돌봄 스트레스를 34% 줄였으며,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6점을 기록했다.

경기도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부모는 “잠시 아이를 맡기고 숨을 돌릴 시간을 얻음으로써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는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직장을 다니는 한 장애인은 “이동지원 덕분에 직장 면접을 보고 취업까지 성공하면서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권리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경기형 가족돌봄수당’ 등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이처럼 경기도의 복지·안전 정책은 단순한 제도적 변화가 아니라 도민들의 구체적 삶의 변화를 불러왔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불안하던 가정은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갖게 됐고, 평생 운동을 기반으로 삶을 살아온 체육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또 환경 실천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으로 인정받았으며, 여성과 아동은 더는 안전 취약층으로 머물지 않게 됐다. 장애인 역시 이동과 참여의 권리를 되찾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을 회복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 복지의 미래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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