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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형제복지원’ 덕성원 피해자 승소…“정부 394억 배상해라”

중앙일보

2025.12.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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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원 모습. 사진 진실화해위
‘제2의 형제복지원’으로 불린 부산의 아동보호시설 덕성원에서 강제노역과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에게 국가와 부산시가 총 39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안종환 씨 등 피해자 4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국가와 부산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부산시가 원고들의 청구액 460억원 중 39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권력의 부당한 부랑아 단속 및 시설 수용과 덕성원에서 자행된 강제노역, 구타, 감금, 가혹 행위, 성폭력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국가 작용’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부산시는 위법하게 부랑아를 단속하고, 덕성원에서 자행된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덕성원 운영비의 약 80%를 국비와 지방비로 보조한 만큼 국가와 부산시가 덕성원을 제대로 관리 감독했다면 원고들이 처한 열악한 생활환경과 상시적인 강제노역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부산시가 덕성원 내에서 장기간 자행된 인권침해행위를 묵인·방치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국가와 부산시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인당 3억~13억원…부산시 “배상액 50% 지자체 분담 요구 부당”

위자료는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과 수용 경위, 수용 중 겪은 가혹 행위 또는 강제노역, 신체적·정신적 장애 유무 등 고려해 산정했다. 최고액은 약 15년 1개월 감금된 A씨로 13억5750만원이며, 최저액은 3년 4개월 수용된 B씨로 3억원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덕성원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후 부산시에 50% 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덕성원 사건이 발생한 1970년대는 지방자치법 시행 이전으로 부산시는 국가가 위임한 사무를 행했을 뿐”이라며 “국가가 전국적으로 행한 일로 인해 발생한 배상금을 지자체에 일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가 항소하지 않으면 부산시도 항소하지 않을 계획이다.

덕성원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12월 5일 부산 동래구 중동(현재 해운대구)에 설립돼 40여년간 운영된 아동보호 시설이다.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2000년에 보육원은 폐원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0월 덕성원에서 강제노역, 구타·가혹 행위, 성폭력 행위 등이 만연했다며 피해 사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덕성원생들은 농장, 공사 현장, 원장 가족의 사택 등에 동원됐다. 구타 및 가혹 행위는 일상적으로 반복됐다고 한다. 일부 아동들에게는 덕성원 원장 아들과 직원들의 성폭력이 장기간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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