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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악단' 정진운 "영하 40도 몽골서 실제 총들고 북한군 연기" [인터뷰②]

OSEN

2025.12.2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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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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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신의 악단'의 배우 정진운이 작품을 위해 경험한 적 없는 북한군을 연기해낸 디테일들을 밝혔다.

정진운은 24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모처에서 영화 '신의 악단'(감독 김형협, 배급 CJ CGV, 제작 스튜디오 타겟)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와 근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의 악단'은 북한 보위부 소속 장교가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조직한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에서 출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12명이 '가짜'에서 '진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오는 31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정진운은 북한 보위부 대위 김태성 역으로 열연한다.

정진운은 캐릭터에 대해 "북한사람도 어려운데 북한군인이라니 너무 어려웠다"라고 웃으며 "접해보지 않은 사회, 사람이었다. 제가 진급을 빨리 해야 가족이 잘 먹고 잘사는 사회 집단이기 때문에 최대한 '반동분자'를 빨리 잡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이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관게가 전혀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진심과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진심을 더해가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북한이라는 배경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몽골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다. 구소련 당시 공산주의 시절의 건물들과 분위기가 필요해서 그랬다고. 실제 북한에서 탈북한 군인 출신 선생님에 탄창이 빈 진짜 총까지 사용됐다. 이에 영하 40도라는 극한의 추위에도 몰입이 쉬웠단다. 정진운은 "첫 촬영이 영하 39도, 둘째날이 영하 40도였는데 거기는 평균이 영하 20도 대라고 하더라. 농담이 아니라 저희가 영하 20도 때 '이 정도면 할 만 하지? 너무 따뜻한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몰입할 여건들이 충분히 있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북한 사투리가 어렵진 않았을까. 정진운은 "공교롭게도 제가 '야인시대' 드라마에서 시라소니를 너무 적었다. 어릴 때 게임 닉네임이 항상 청담시라소니 였을 정도다. 어릴 때부터 북한말 나오는 장면을 보면 따라하며 놀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투리 연기도 재미있었다. 배우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선생님과 수다 떨면서 말들 사이 습관들 캐치하려고 했다. 힘들기보다 재미있었고 사투리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당연히 북한군은 해볼 수 없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 문화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선생님도 실제 북한 군인 출신이셨다. 실제 문화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라고 웃었다. 

더불어 연기적으로 가장 신경 쓴 지점에 대해 그는 "북한 군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텐션'이 있었다. '저 사람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악단은 무조건적인 공포에 휩싸여있어야 한다는 게 있었다. 우리는 느낄 수 없는 공포이지 않나. 지금 생각했을 때에도, 데이터 베이스가 없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말하다가도 죽을 수 있다는 게 상상만 가능하지, 사실 상상도 힘들다. 텍스트로 보거나 귀로 들었을 땐 진짜 감이 안 오더라. 상상을 정말 많이 했다. 보기만 해도 대소변을 못 가리고, 옆에서 갑자기 사람이 죽어도 눈도 못 깜빡인다는 말도 안 되는 공포를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그리는 게 숙제였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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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화에도 그런 장면들이 나오는데, 제가 공포를 주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제가 공포를 받는 입장까지 있는데 그게 어떤 감정씬보다 어려웠다. 눈 하나 못 깜빡거린다는 게 말로만 들어봤지 손 하나 까딱했다가 죽는 상황들이 생기니까. 그 이야기를 선생님께서 진짜 공간의 인테리어까지 상상되게 설명해주셨다. 그러면서 한 씬 한 씬 만들어나갔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실화'는 작품에 참여한 북한군 선생님의 이야기라고. 정진운은 "북한을 안 가본 저희로서는 '이게 다 진짜야?'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어서 감독님께 '어디부터 어디까지 실화냐'고 물었다. 누가 사람을 이렇게 말하다 죽이냐고. 끝까지 안 믿기는 일도 있엇다. 그런데 선생님이 제 손을 꼭 잡고 '거짓 같으면 그게 진짜다'라고 하시더라. 감독님도 똑같이 말씀하시고. 결국 선생님이 경험하신 실화를 토대로 한 거다. 실제 극 중 제 역할이 선생님의 북한에서 남편분 이야기였다고 해주시더라. 그 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북한이라면 죽였을 거라면서"라고 전했다.

이에 정진운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만큼 필름 사진 촬영으로 북한 군인들이 실제 결혼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건네기도 했다고. 정진운은 "나중에 한국에 와서 인화를 해서 보여드리니 진짜 우리 결혼사진 같다고 해주시는데 그때 와닿더라. 이 모습이 선생님 모습으로 대입돼서 보셨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사진을 갖고 있거나 하는 게 없으니 선생님의 이미지와 그려주는 이미지, 선생님의 리액션을 많이 봤다. 진짜일때 그 눈가가 촉촉해진다는 게 선생님을 통해 느꼈다"라며 뭉클함을 표하기도.

그런가 하면 촬영 중 당혹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극 중 정진운은 북한군 장교 제복 한 벌로 대부분의 장면을 소화한 바. 정진운은 "저희 몽골 숙소 앞에 KFC가 있었다. 거기가 밤 10시면 닫았는데, 저녁 9시 40분에 촬영이 끝나서 부랴부랴 옷도 못 갈아입고 빨리 가자고 했다. 북한군 뱃지까지 달고 있는데 앞에 몽골 군인 커플이 있었다. 그 분들이 밥을 먹다 말고 저를 치킨을 들고 보고 있더라. '저 복장이 여기 왜 있지?'라는 눈빛이다 싶어서 옷을 벗고 빈 총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는데 총에서 진짜 총 같은 척 묵직한 소리가 나서 결국 제가 속에 입은 옷 빼고 다 벗었다. 그 복장을 하면 이상하게 눈에 띄여서 코트는 좀 벗고 다니자고 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 [email protected]

[사진] 미스틱스토리, 스튜디오 타겟 제공.


연휘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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