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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뚫을 수 없다…태극기 달고 뛰는 ‘NFL 별’

중앙일보

2025.12.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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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소속 4년차 세이프티 카일 해밀턴은 뛰어난 체격 조건에 빠른 판단, 스피드까지 겸비한 톱클래스 수비수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필드에 입장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프로보울(Pro Bowl·올스타전)은 수퍼보울(Super Bowl·챔피언 결정전)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끄는 경기다. NFL 양대 콘퍼런스인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와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선발팀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출전 자격은 선수·감독·팬 투표(각 33.3%)에서 포지션별로 가장 많은 점수를 얻어야 가능하다. 선수들은 프로보울에 선발된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24일(한국시간) 발표된 AFC 올스타에는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4년 차 세이프티(최후방 수비수) 카일 해밀턴(24·미국)이 포함됐다. 202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레이븐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프로볼에 선정되며 명실상부 리그 최고 세이프티로 우뚝 섰다.

세이프티는 축구로 치면 센터백 역할의 최종 수비수다. 세이프티가 뚫리면 곧장 터치다운(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빠른 판단력과 스피드 그리고 상대 공격수를 단번에 제압하는 정확한 태클 능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세이프티는 주로 작고 빠른 선수들이었다. 해밀턴은 그런 개념을 파괴했다. 193㎝, 99㎏의 육중한 체구로 거구 공격수를 압도하는 파워를 자랑한다. 40야드(36.6m)를 4.59초에 주파하는 폭발적인 스피드도 겸비했다. 그의 수비 능력 중 백미는 패스 예측이다. 그는 상대 쿼터백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궤적을 읽고 리시버(패스받는 공격수)보다 앞서 패스를 차단 또는 인터셉션(가로채기)한다.

최종 수비 위치에서 벗어나 상대 쿼터백을 압박(리그 8위)하거나 라인배커(2선에서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포지션) 위치에서 러싱(돌파)을 저지하는 등 그라운드 전체를 누빈다. NFL 분석 매체 PFF에 따르면 해밀턴의 커버리지(대인·지역 마크) 능력은 92점으로 2025시즌 전체 1위다. 공을 가로챈 후에는 상대 엔드라인까지 달려 득점하는 ‘공격형 수비수’로 변신한다.

그러니까 해밀턴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세이프티라는 뜻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공수에서 다재다능한 해밀턴을 ‘게임 체인저(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이자 ‘수비의 에이스’라고 평가했다.

레이븐스는 해밀턴을 팀에 잡아두기 위해 지난 8월 오는 2030년까지 4년 총액 1억40만 달러(약 1488억원)에 연장 계약했다. 세이프티로는 NFL 역사상 최고 대우다. 해밀턴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2025시즌 16주차 경기가 끝난 현재 태클 92개로 팀 내 압도적 1위다. 11주차 클리블랜드전에서는 태클 9개, 색(쿼터백 태클) 1개, TFL(손실 유발 태클) 3개, 패스 차단 2개, 강제 펌블(놓친 공) 1개를 올리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2000년대 들어 수비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수비의 팀 레이븐스의 수비 지휘자인 해밀턴은 16주차 뉴잉글랜드 경기를 앞두고 발목을 다쳤지만, “팀 승리를 위해 뛰겠다”며 출전을 강행해 귀감이 됐다. 레이븐스 팬들은 “2000년대 초반 레이븐스의 정신적 지주였던 세이프티 에드 리드 은퇴 후 드디어 그에 비견될만한 지능과 본능을 가진 선수”라면서 좋아한다.

‘하프 코리안’ 해밀턴은 헬멧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붙인다. [AP=연합뉴스, 사진 해밀턴 SNS]
해밀턴은 하프 코리안이다. 어머니는 대구에서 태어난 재키 해밀턴(한국이름 박계옥). 어머니가 그리스에서 유학하던 당시 흑인 농구선수였던 아버지 데릭 해밀턴을 만나 결혼했다. 해밀턴은 자신의 뿌리이자 어머니의 고향인 한국을 잊지 않기 위해 헬멧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붙이고 뛴다. 작년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팬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고, 내 유니폼을 입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2022년엔 자신의 이름 약자인 ‘KH’와 태극기를 활용해 만든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제작해 판매했다. 수익금은 미국 내 아시아 혐오 방지 캠페인에 기부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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