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추진하는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년 주주총회에서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 김상훈)는 24일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주발행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추진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오로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신주발행이 다른 자금조달 방안보다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함께 합작법인(JV) 크루서블JV를 세워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투자금액은 74억3200만 달러(약 10조9000억원)다. 고려아연은 재원 조달을 위해 크루서블JV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고려아연은 19억40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확보하고 크루서블JV는 고려아연 지분 약 10%(220만9716주)를 소유하게 된다. 대금 납입기일은 오는 26일이다.
이에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 측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이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며 이번 프로젝트가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 간 이해관계가 일치해 진행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핵심광물이란 가격·수급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고 위기 시 국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경제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광물을 의미하는데 고려아연이 희소금속에 대한 핵심광물의 생산량을 증가시킬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했다”며 “미국 정부 입장에선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맞서) 미국 내 핵심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유상증자 논란은 일단락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측은 결정이 나온 직후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충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적 리스크를 덜어낸 고려아연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부지 조성을 시작해 2029년부터 단계적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연간 약 100만t의 원료를 처리해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총에서도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이 예정대로 오는 26일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220만9716주를 신주 발행하면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 영풍·MBK 측 지분은 43.42%, 최 회장 측 지분은 18.76%가 된다. 여기에 우호 지분을 더하면 최 회장 측은 총 45.53%를 확보, 영풍·MBK 측 지분을 넘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