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생이 궁금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두 차례 감방을 들락날락할 때 언론의 조명을 받아 모습이 노출됐지만, 정체는 모자와 마스크 뒤에 가려졌다. 5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정치인 남경필(60·이하 존칭 생략)의 장남이란 사실이 전부였다.
그가 침묵을 깨고 중앙일보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얼굴과 인생을 공개했다. 남주성, 1991년생으로 34세. “세상에 저 자신과 과거를 드러냄으로써 마약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게 동기였다.
30대 청년이 삶의 절반을 마약의 늪에 빠져 살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빗나간 방황의 여정을 토해 냈다. 꽃다운 청춘은 “16년 동안 마약밖에 한 게 없는 삶”이었다고 독백처럼 내뱉었다.
주성은 16세의 어린 나이에 호기심에 대마를 맛봤다. 그 한순간의 일탈과 달콤함은 파멸을 향해 날개를 잃은 작은 새처럼 추락시켰다. 필로폰·코카인·엑스터시·펜타닐로 이어졌고, 마약이 지배하는 환각 속에서 젊은 날을 탕진했다.
‘주성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실마리는 남경필이 올린 사진 한 장이었다. 지난 10월 1일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앞에서 아버지 남경필과 사회로 복귀하는 아들 주성이 껴안는 사진은 여운을 남겼다. 취재팀은 남경필을 직접 만나 물었다. ‘마약 전과자 자식이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마약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질병이고, 전염병이다. 마약은 찌질한 것이란 걸 알려야 한다. 정치보다 마약 치우는 게 제가 몸 바칠 일”이라고.
마약 치유 활동가 된 아빠 남경필 남경필은 사단법인 ‘은구(NGU)’를 세워 ‘마약으로부터의 해방’에 나서고 있다. 은구는 ‘Never Give Up’의 앞 글자를 땄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집념이다. 아들의 사연을 세상에 드러내 마약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취재팀의 제안에 동의했다. (※남경필 부자와의 대담은 추후 보도 예정.)
지난 11월 13일, 취재팀은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마약중독자의 재활치유센터에서 주성과 마주했다. 주성은 근육질이었고, 눈매는 선했으며, 보조개가 살짝 접히는 미소는 매력적이었다. 이곳에서 사색하고, 산책하고, 운동하는 단조로운 생활하며 “오늘도 마약을 이겼습니다”는 외침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성은 “흘러간 시간들이 너무도 아까워요. 제 삶을 되돌아봤을 때 마약을 한 기억밖에 없어요”라며 쓰라린 기억을 되살렸다. 미국에 조기유학을 떠나 대마를 흡입한 첫 경험 이후 중국→모로코→중동→한국을 떠돌며 벌인 마약 행각은 놀랍기도 하고, 길 잃은 영혼의 슬픈 방황기였다.
그는 열흘 밤낮을 한숨도 못 자고, 귀신을 보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등 마약의 악몽을 증언했다. “(2023년 1월) 엄마 장례식 때마저 상주인 저는 약에 취해 있었어요. 암 환자가 사망한 장례식장을 찾아가 ‘지인이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진통제로 치료하다 남은 펜타닐을 얻어 와 복용했어요. 펜타닐이 없으면 미칠 지경이었죠.”
마약사범끼리 지낸 감방은 ‘마약교육소’였다고 폭로했다. “마약 범죄자들끼리 모여 온종일 마약을 얘기하고, 제조·유통·구매 과정에 대한 몰랐던 정보를 얻게 됐지요.” 마약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경고도 했다. 주성은 핸드폰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구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제주도, 여기서도 제게 한 시간만 주면 마약을 구할 수 있어요.”
“어린 호기심에 손댄 한 모금의 첫 흥분을 못 잊고 그 유혹을 끝없이 갈망하게 됐다”는 그의 상처는 ‘나와 우리 자식이 주성이 될 수 있다’는 반면교사다. 주성의 뉘우침과 외침이 검은 유혹에 흔들리는 젊은 영혼들에게 실천적 울림을 줄 수 있다.
18년 전인 2007년 4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어느 봄날에 비극은 시작됐다. 한 달 전,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주성은 부모의 권유에 떠밀려 미국으로 홀로 조기유학에 ‘보내졌다’. 당시 16세의 주성은 사립학교 9학년(한국 중학교 3학년)에 편입했고, 백인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마약은 범죄 아닌 질병·전염병 외로움을 느끼던 그날, 백인 학교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슬립오버(sleepover)를 하자”고 초대했다. 친구 집은 3층짜리 큰 저택이었다. 백인 2명과 흑인 1명, 주성까지 네 명의 10대가 지하층에서 떠들며 놀던 때였다. 백인 친구의 세 살 터울인 친형이 다가오더니 투명 지퍼백을 흔들었다. 잘게 부스러진 초록색 풀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