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세계인에 스며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국민 명절 ‘빼빼로 데이’ K-컬처 열풍 타고 세계인의 놀이로 유행 연매출 2500억, ‘스트레이 키즈 효과’ 속 수출액 1000억원 육박
막대 과자 대명사 빼빼로가 새 전성기를 맞았다. 2025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다. 빼빼로는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생산하는 단일 브랜드 중 매출 비율이 가장 높은 품목이다. 2025년에는 약 25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 매출 2152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역대 최대 실적이 확실시된다는 게 롯데웰푸드의 설명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24년 ‘연매출 1조원 메가 브랜드’ 육성을 발표하면서 첫 전략 제품으로 빼빼로를 지정했다. 롯데웰푸드는 이후 서울 홍대, 강남 등 주요 도심에서 대규모 빼빼로 옥외 광고를 선보이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빼빼로는 롯데웰푸드의 수출 첨병으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K-푸드와 K-팝이 인기인 가운데 해외에서 더욱 유명한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를 2025년 공식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하면서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빼빼로는 2025년 전년(701억원) 대비 약 30% 증가한 90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웰푸드는 오리지널을 비롯해 아몬드, 초코필드, 크런키, 화이트쿠키, 초코쿠키 등의 빼빼로 라인업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 전용 제품인 스노위아몬드도 갖췄다. 서울 영등포, 경기 평택, 경남 양산, 대전 공장에서 수출전용 빼빼로를 생산 중이다.
2025년 11월 25일 롯데웰푸드 영등포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1969년 세운 곳으로, 롯데 발원지로 꼽힌다. 오리지널 빼빼로를 비롯해 가나, ABC 등 초콜릿 브랜드 제품과 아이스크림, 껌 등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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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에 ‘진심’…3일 뒤 출고 원칙
롯데웰푸드 영등포공장은 초겨울 이른 아침 찬바람 속에서도 활력이 넘쳤다. 공장 정문 출입구 인근에서는 생산한 제품을 대형 트럭에 적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도당 등 원재료를 납품하는 협력 업체 직원들도 분주하게 공장을 오갔다.
생산동 내부로 들어서자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위생모와 위생복, 덧신을 착용하고 몸에 묻은 먼지 등을 제거해 주는 에어 터널을 거쳐 손 소독까지 마친 뒤에야 생산 라인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마침 수출전용 오리지널 빼빼로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리 현장은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눈에 들어왔다.
빼빼로는 크게 스틱 과자를 만드는 과정과 숙성된 과자에 초콜릿을 입히는 과정 등을 거친다. 밀가루 등의 과자 원재료를 혼합해 반죽을 만들고, 배합한 반죽을 일정한 두께로 잘라 성형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이어 오븐기가 섭씨 190도의 온도로 과자를 굽고, 이후 24시간 숙성 과정을 거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구운 과자를 바로 사용할 경우 제품 외관에 변형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징 작업을 거친 과자는 표면에 액상 초콜릿을 코팅해 급속 냉각하는 ‘디핑’ 공정을 지나 포장 단계를 끝으로 생산 과정이 마무리된다. 다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성수기’로 꼽히는 9~12월에도 ‘포장 뒤 바로 출하 불가’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빼빼로는 제품 포장 뒤에도 균일한 맛을 위해 1~2일간의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면서 “24시간의 스틱 과자 숙성 시간까지 더해 출하까지 최소 3일이 소요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초콜릿 관련 제품 생산 시 가공된 ‘카카오메스’를 활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롯데웰푸드는 가나 등 주요 산지에서 카카오 원두를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직접 가공해 전 제품에 사용하는 만큼 그 맛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롯데웰푸드 영등포공장 등 전국 4개 공장에서 생산한 빼빼로는 필리핀, 캐나다, 말레이시아, 미국, 러시아, 몽골,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대만,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수출돼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24년 기준 수출액 상위 국가는 필리핀(137억원), 캐나다(69억원), 말레이시아(66억원) 등의 순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브랜드의 글로벌 매출 1조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연간 기준 약 17조원 규모의 거대 제과 시장인 인도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8월 인도 자회사 ‘롯데 인디아’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생산 라인을 완성하면서다. 330억원을 들여 조성한 이 생산 라인은 롯데웰푸드의 해외 첫 빼빼로 생산 기지다.
롯데웰푸드는 하리아나 라인을 통해 ‘초코파이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초코파이는 롯데웰푸드가 2010년 현지 생산 공장을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인도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수요가 높은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춰 오리지널 빼빼로와 크런키 빼빼로 2종을 우선 출시했다. 델리 지역을 시작으로 인도 전역에 분포한 대형마트, 이커머스, 시판 등의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스며들고 있다. 향후 현지 입맛을 반영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중동과 동남아 주변 국가로 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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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선 ‘초코파이 신화’ 재현 목표
롯데웰푸드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제품 현지화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인도의 고온 다습한 날씨에서도 초콜릿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많은 배합 테스트를 거쳐 빼빼로 특유의 맛과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섭씨 40도의 높은 온도에서도 녹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빼빼로 스틱 과자 부분의 바삭함을 위해 여러 번의 출장 과정에서 최적의 밀가루 원료를 발굴해 낼 수 있었다”면서 “안정적 공급처를 발굴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론칭과 동시에 인도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적극적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서로 공유하는 데 적극적인 Z세대를 중심으로 빼빼로의 브랜드 가치인 ‘함께’를 확산시키는 캠페인을 펼치는 형태다.
롯데웰푸드는 미국 코스트코, 캐나다 코스트코, 필리핀 S&R 등 해외 주요 채널 입점 확대를 통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 효과’를 앞세워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베트남 하노이 등 해외 핵심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통합 마케팅 전략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우선, 미국 뉴욕에서는 타임스스퀘어 ‘TSX 브로드웨이’ 빌딩의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디지털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하루 약 45만 명이 오가는 구간으로, 롯데웰푸드는 2023년부터 매년 말 빼빼로 광고 캠페인을 송출 중이다. 2025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당일에는 타임스스퀘어의 중심부인 ‘파더 더피 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했다.
롯데웰푸드는 이 자리에서 빼빼로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과 이벤트존 등의 콘텐트를 제공했다. K-팝 댄스 퍼포먼스 등의 부대행사도 열었다. 같은 날 ‘재향군인의 날’을 맞은 현지 문화를 고려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초청한 기념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는 2025년 말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LA에서도 중심가에 위치한 ‘더 트윈스’ 빌딩과 한인타운 인근에서 디지털 옥외 광고를 송출했다. 동남아 시장의 거점으로 꼽히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1층 메인 아트리움에서 연말 현장 체험형 이벤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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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2조1500억원어치 팔린 국민 과자
롯데웰푸드는 1983년 출시 이후 ‘국민 과자이자 장수 과자 빼빼로’라는 타이틀을 안겨 준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붙들기 위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빼빼로 누적 판매금액은 2024년까지 약 2조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을 대표 제품인 오리지널 빼빼로로 환산하면 약 37억 갑으로, 전 국민이 약 72갑씩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또한 37억여 갑을 일렬로 늘어놓을 경우 약 60만㎞로, 지구를 15바퀴 이상 돌 수 있다.
아울러 빼빼로는 ‘빼빼로데이’ 이후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된 게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경남지역 여중생들 사이에서 빼빼로를 통해 우정을 주고받는 취지로 자생적으로 발생했다고 알려진 빼빼로데이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퍼져 나가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매년 빼빼로데이 때마다 보다 진화한 ‘데이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다.
롯데웰푸드는 2025년 글로벌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경험 확대 이벤트와 함께 국내에서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대형 전광판 4곳과 성수역, 강남역 등 55개 주요 지하철역에서 집중 옥외광고를 송출했다.
특히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진행한 Z세대를 겨냥한 참여형 이벤트 ‘스트레이 키즈가 숨긴 빼빼로를 찾아줘!’가 인기를 끌었다. 이벤트 공간으로 꾸며진 열차에 탑승해 내부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해 응모할 수 있도록 한 식이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2025년 캠페인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11월 11일을 자연스럽게 빼빼로데이로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빼빼로데이를 글로벌 기념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주요 거점 도시를 기반으로 브랜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매개로 한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빼빼로 판매 수익금을 활용해 놀이 공간이나 학습 공간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 아이들에게 지역아동센터를 건립해주는 사회공헌활동이 대표적이다. 2013년 1호 ‘해피홈’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강원도 정선군에 13호 해피홈을 완공했다.
농가와의 상생 차원에서 선보인 컬래버 제품 출시 프로젝트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2023년 ‘해남 녹차 빼빼로’, 이듬해엔 ‘남해 유자 빼빼로’, 2025년에는 ‘말차 빼빼로’를 연이어 출시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컬래버 제품의 경우 원재료 수급부터 초콜릿에 어울리도록 배합하는 과정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면서도 “농가는 물론 소비자들의 계속되는 요청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매년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