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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역대 미드필더 22위 선정' 박지성, 지도자 이야기엔 '절레절레'..."퍼거슨처럼 대화 못 해"

OSEN

2025.12.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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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틴 파추호' 유튜브 채널

[사진] '캡틴 파추호' 유튜브 채널


[OSEN=정승우 기자] 박지성(44)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캡틴'이 붙는다. 현역 은퇴 이후에도 그 호칭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도자의 길에는 좀처럼 발을 들이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했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최근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 출연해 지도자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 감독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며 “선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도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복합적인 ‘컨트롤’을 해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박지성은 조용한 리더였다.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먼저 뛰었고, 팀을 위해 가장 헌신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도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2008년 최연소 주장으로 대표팀 완장을 찬 뒤 은퇴까지 주장을 맡으며, 월드컵 16강과 아시안컵 3위라는 성과를 함께 만들었다.

은퇴 후 자연스럽게 '지도자 박지성'을 떠올리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코칭보다는 다른 역할을 선택했다. 해설위원, 구단 앰버서더, 테크니컬 디렉터 등 행정과 소통의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도자로서의 공식적인 행보는 유스 팀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이 전부다.

박지성은 "지도자든 행정가든, 과연 이 일이 내 성향에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며 "지금 맡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지도자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괜찮다'는 말만으로 팀을 끌고 갈 수는 없다. 필요할 땐 냉정해야 하고, 화를 내서라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나는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사례를 들며 지도자의 '기술'을 설명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 성향을 정확히 알고 일부러 자극을 줬다. 골을 넣은 선수라도 팀에 메시지가 필요하면 질책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를 구분해 컨트롤했다"라며 박지성은 그 대목에서 자신을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나는 그런 곡선의 대화를 잘 못 한다. 직선적으로 말하는 성향이다"라고 짚었다.

이런 자기 인식은 외부의 평가와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최근 영국 매체가 선정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 30인 명단에서 박지성은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했다. 화려한 기술이나 기록보다는 팀에 미친 영향과 균형, 역할 수행 능력이 기준이 된 평가였다.

동료의 기억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리오 퍼디난드는 "지금은 손흥민의 시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 가장 큰 존재는 여전히 박지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을 두고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 눈에 띄지 않아도 균형을 잡아주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박지성은 늘 중심에 있으면서도 중심에 서려 하지 않았다. 지도자의 길을 택하지 않는 선택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누군가는 감독이 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하지만, 박지성은 여전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구 안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태도는, 여전히 '최고의 캡틴'이라는 평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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