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치권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통일교 핵심 간부를 피의자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전날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을 지낸 송광석씨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입건해 소환 조사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출석한 송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까지 약 14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송씨 측 변호인은 조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났지만 “정치인 후원금을 통일교에서 지원했나”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의원들을 행사에 섭외하기 위해 후원했나”는 질문에 “입장을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하고 빠져나갔다. 송씨도 취재진을 피해 별다른 말 없이 사라졌다.
통일교 한국협회장 등 교단 내 굵직한 직책을 맡았던 송씨는 2018~2020년 통일교의 정치인 후원 조직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회장을 역임했다. 경찰은 송씨가 이 조직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게 강연료나 고문료·책값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의심한다. 또 경찰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제기한 금품수수 사건의 당사자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연결 고리가 송씨일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송씨는 윤 전 본부장이 만든 ‘특별보고’ 문건에서도 임 전 의원 등 정치인 접촉과 관련해 여러 번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UPF가 2020년에 주최한 ‘월드 서밋’ 등 통일교 행사에 다양한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했는데, 이를 주도한 것도 송씨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당시 행사 영상과 사진 등을 입수해 정치인과 송씨, 그리고 통일교의 접점을 분석 중이다.
송씨는 특히 교단 자금을 받아 통일교 행사 비용이나 정치인 강연료 및 고문료 명목으로 쓴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윤 전 본부장 부부가 통일교 행사에 필요하다며 개인 카드로 선물 등 산 뒤 교단에 비용 보전받는 방식과 유사하다. 경찰은 교단의 자금이 송씨를 통해 정치권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
한편, 의혹에 연루된 정치인 일부는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송씨의 ‘배달 사고’를 의심한다. 특히 김규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강연 한 두 번 하고 받은 ‘거마비’ 수준의 돈을 받은 것이 전부고,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3000만원이나 고문료 등은 받은 바가 없다”면서 “송씨가 우리한테 돈을 줬다고 내부 보고를 해 놓고 실제론 본인이 개인적으로 쓴 일종의 ‘배달 사고’”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