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공지능(AI) 혁신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인 ‘CES 2026’이 다음 달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다. 전 세계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이번 CES의 주제는 ‘혁신가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이다. 올해 1월 CES 2025가 ‘몰입(Dive In)’이라는 주제로 AI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짚었다면, 이번 무대는 한발 더 나아가 AI 기술이 가전과 주거 공간에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바꿀지 화두를 던질 전망이다.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꼽은 4대 핵심 테마는 ▶AI ▶로보틱스 ▶모빌리티 ▶디지털헬스다. 주목할 점은 AI의 진화 양상이다. 단순 이미지·텍스트를 만드는 생성 AI를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더 나아가 로봇·모빌리티 등 하드웨어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소통하는 ‘피지컬 AI’로의 전환이 관전 포인트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기업 헥사곤, 중국 유니트리,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그룹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중앙홀에 대규모 부스를 차렸지만, 이번엔 윈(Wynn) 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마련한다. 여러 부스로 분산됐던 전시를 하나의 장소에 몰아 관객 몰입도를 높이고 삼성 AI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전시 주제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이며 주요 행사로는 TV·가전 신제품을 발표하는 ‘더 퍼스트 룩(1월 4일)’과 AI·가전·보안·디자인을 주제로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삼성 기술 포럼(1월 5~6일)’이 예정돼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전업계 최초로 구글의 생성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탑재한 ‘비스포크 AI 냉장고’를 전시할 예정이다. AI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를 통해 식재료를 인식하는데 제미나이 탑재로 인식 가능 대상이 기존 신선식품 37종, 가공·포장식품 50종에서 크게 늘어났다. TV 제품에선 마이크로 RGB 기술을 적용한 TV 라인업을 확대한다. 마이크로 RGB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백라이트의 광원 크기를 초소형으로 줄이고, 백색 대신 적색(R)·녹색(G)·청색(B)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화질을 높인 제품이다.
LG전자는 로봇 기술을 앞세워 ‘제로 레이버 홈(가사노동 해방)’ 비전을 구체화한다. 25일 공개한 차세대 홈 로봇 ‘LG 클로이드(CLOiD)’ 티저 영상에는 로봇 손이 등장해 사람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집 안 물건을 집어 옮기는 장면이 담겼다. 기존 이동형 홈 로봇 ‘Q9’에서 진화해 두 개의 로봇 팔에 각각 다섯 개의 손가락을 장착, 집안일에 실무적인 도움을 주는 피지컬 AI의 모습을 예고했다.
LG전자는 CES 개막 하루 전날 ‘당신에게 맞춘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이라는 주제로 ‘월드 프리미어(1월 5일)’ 행사를 연다. 집 안을 넘어 모빌리티와 상업용 공간까지, 다양한 장소와 제품·솔루션을 연결해 고객에게 최적화한 ‘공감지능 AI’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LG 마이크로 RGB 에보(evo)’ 등 내년 신제품 라인업도 공개한다.
이번 CES는 직무대행 꼬리표를 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신임 류재철 LG전자 사장의 데뷔 무대기도 하다. 양사 모두 AI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생활 밀착형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리더십을 부각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 기조연설에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양 위안칭 레노버 CEO, 롤랜드 부시 지멘스 CEO가 나선다. 지난 CES 2025의 기조연설자였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 라이브’ 행사를 열고 특별 연설자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