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성탄절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망을 기원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대국민 성탄 메시지에서 “오늘 우리 모두 하나의 꿈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 하나의 소망이 이뤄지길 빈다”고 말한 뒤 “그가 소멸하기를”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평화 협상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는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전에도 “푸틴이 곧 죽을 것”이라며 그의 사망이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를 맞은 이번 성탄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간구하고 이를 위해 싸우고 기도한다”며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 모든 우크라이나 가정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모든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선물에 기뻐하며 미소 짓고 선함과 기적에 대한 아이다운 믿음을 간직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연이은 공습에 대해서는 ‘무신론적’인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는 23일 약 700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은 신을 모르는 이들의 공격 방식”이라며 “기독교나 인간적인 것과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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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에 성탄 인사…“젤렌스키 연설은 야만적” 맹비난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축하 전보를 보냈다”고 말했다. 다만 크리스마스 당일 두 정상 간 전화 통화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가 소멸하기를”이라고 언급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성탄절 연설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어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말 이상한 크리스마스 연설에 대한 보도를 봤다”며 “야만적이고 증오에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안정해 보인다며 “그가 정치적·외교적 수단으로 적절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윗코프 특사 등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한 우크라이나 평화안 협상 내용을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료를 분석 중이며 대통령이 결정한 것에 따라 미국과의 소통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