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볼 욕심으로 창공을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보아도 소용이 없지요. 오히려 이웃을 자세히 쳐다보아야 하고, 그 이웃을 위해 하느님께서 죽으실 정도의 가치가 그들 각자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안토니 블룸 『기도의 체험』 중에서.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남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고, 자신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개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힘들지요. 그러니 사랑은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이런 사랑을 가르치셨기에 온전한 봉헌을 요구받았고 결국 죽으셔야 했지요.”
크리스마스에 꺼내 든 책이다. 저자인 안토니 블룸 대주교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으로, 원래 무신론자 의학박사였다. 역자에 따르면 “예수님의 부활을 중시해서 구원론에서도 인간의 신격화, 즉 인간이 변형되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인간 성숙이 곧 구원의 완성이라고 강조하는 정교회의 전통”이 책의 곳곳에 짙게 묻어난다.
“두드릴 문이 어디에 있느냐고요? 복음은 우리 안에 천국이 있다고 합니다. 천국을 우리 안에서 발견할 수 없다면,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면, 밖에서 그분을 만날 가능성은 더더욱 없습니다.” 저자는 러시아 우주 비행사 가가린이 우주에서 돌아온 후 “창공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없었다”고 했을 때 모스크바의 한 신부가 “땅에서 그분을 만나지 못했으면 하늘에서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도 소개한다.
“기도란 (신과의) 만남이며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고, 내 안을 들여다보며 “인간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을 깨달을 때” 시작된다. “기도는 안으로 향해야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더 우리에게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하느님 자체를 그리워하는 갈망이 우리 마음 안에 있게 될 때 기도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