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을 수용한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후보 추천 방식 등을 놓고 야당과 샅바싸움 중이다. 지난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못 받을 것도 없다”며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어제도 특검 추천권과 수사 대상 등에 여러 입장을 내놓았지만, 야당에선 ‘침대 축구’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이 특검을 받긴 했지만, 실제로는 할 생각이 없고 야당이 받기 어려운 주장으로 시간만 끈다는 의심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민주당 주장엔 특검 수용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 수용 전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합의한 제3자 추천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는 법원행정처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믿을 수 없다”면서 대신 여야가 한 명씩 후보를 내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연루된 통일교의 정교유착 의혹 수사를 어느 한쪽 정당이 추천한 특검에 맡기자는 것이다. 내란특검 등 3대 특검 후보를 정할 때 수사 대상인 국민의힘을 철저히 배제했던 민주당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이게 정말 특검을 하겠다는 태도냐”는 야당의 반발도 무리는 아니다.
민주당의 제안 중에는 헌법재판소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이 다수인 것으로 평가받는 헌재에 추천권을 주는 것에 반대했다. 여당은 대법원을 믿지 못하고, 야당은 헌법재판소를 신뢰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착잡하다. 민주당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추천권을 주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다 보니 “민변 특검할 바에는 한동훈 특검이 어떤가”(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특검의 수사 대상을 놓고도 여야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주요 수사 대상에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함께 민중기 특별검사의 수사 은폐 의혹을 포함하자는 반면, 민주당은 민 특검 관련 의혹을 빼자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선 종교단체인 신천지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을 수사 대상에 넣자는 의견도 나온다.
여야 모두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특검이라 정치적 합의가 쉽게 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건희특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권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이 국민에게 준 충격과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정교유착 의혹은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나. 특검을 수용한다면서도 각론을 문제 삼으며 얼버무리다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유권자는 절대다수 의석의 여당에 더 큰 책임을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