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 4번째 크리스마스…전사자 추모 등 차분한 분위기
젤렌스키 "미국측 특사와 종전안 세부 논의 지속"
올해도 우울한 우크라 성탄…러 공격 지속에 종전 기대감도 저조
전쟁통 4번째 크리스마스…전사자 추모 등 차분한 분위기
젤렌스키 "미국측 특사와 종전안 세부 논의 지속"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에 휘말린 이래 4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올해는 미국 주도로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성탄이 돌아왔지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외신은 짚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등을 겨눈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며 엄동설한 속 정전이 일상화한 데다 종전 협상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도 크지 않은 탓이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는 밤새 진행된 러시아의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날 최저기온이 영하 11도로 떨어진 가운데 난방·전기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고 당국은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기에 수도 키이우, 서부 중심 도시 르비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전장에서 전사한 친지의 묘소를 찾거나, 전쟁 중 군 복무 중 혹은 민간인 신분으로 러시아로 끌려간 가족들의 귀환을 촉구하는 모임을 여는 등 대다수가 올해 성탄 역시 차분하게 보냈다고 EFE 통신은 르비우발로 보도했다.
자포리자 출신의 예술가인 28세의 카테리나 부쉬트루크 씨는 EFE에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남편과 아버지를 향후 몇달 안에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크리스마스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포로의 이름을 쓴 리본 수백개가 매달린 르비우 시내의 성탄 트리에는 '모두가 귀가해야 (성탄)기념이 가능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기적이 아니라 사람들을 기다린다' 등의 문구가 눈에 띄였다.
전쟁포로의 귀환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진행하는 종전안의 세부 항목 중 하나이지만, 상당수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종전안에 러시아가 응할지 회의적이라고 EFE는 전했다.
부쉬트루크 씨 역시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러시아가 실제로 그들을 돌려보낼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쟁 초반 의용군으로 입대한 뒤 38세를 일기로 전사한 아들 묘소를 찾은 올가 스포다르 씨도 진행 중인 종전 협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군인들이 승리해 러시아가 우리를 평화롭게 놔두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탄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종전안에 대한 세부 협상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진행 중인 사안의 몇몇 실질적인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며 "공동의 결과와 지속적인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미국 측 협상 파트너들의 "건설적인 접근, 광범위한 노력, 친절한 말들에 사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가 일으킨 잔혹한 전쟁의 종식을 앞당기고, 모든 문서와 조치가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며,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진정으로 종일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과 논의 중인 20개항의 종전안 최신판을 공개하고, 러시아 측이 이 종전안에 답변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군 80만명 규모 유지, 러시아의 재침공 금지 약속 공식화 등을 골자로 하는 최신 종전안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 부분 좁혀졌다면서도 영토 할양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문제 등 2가지 쟁점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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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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