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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 뒷담' 작심공개한 김병기…이 폭로전, 기폭제는 쿠팡이었다

중앙일보

2025.12.25 12:00 2025.12.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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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최근 불거진 각종 특혜 의혹이 전직 보좌진과의 막장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여의도 맛도리’의 실체를 공개한다”며 12장의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사진을 올렸다. ‘여의도 맛도리’는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직원 6명이 모여있던 단체 채팅방의 명칭으로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이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공개했다.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를 주도하는 게 이들 전직 보좌진이라는 게 김 원내대표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그를 향한 비판이 적지 않게 보인다. 김 원내대표를 “병개”라고 지칭하고, 김 원내대표의 부인을 두고는 “사모총장. 이빨, 다 깨고 싶다”는 말도 있었다. 12·3 비상계엄 날에는 “계엄을 하려면 제대로”, “민주당 다 깜빵가냐”, “이재명 잡아가나” 등의 말이 오갔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보좌진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언행,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과 예의가 철저히 짓밟힌 대화”라고 이를 비판했다. 이어 “반성은커녕 피해자 행세로 자신을 포장하며 점점 더 흑화하고 있다”며 “저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사실과 왜곡, 허위를 교묘히 섞어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가 감정 섞인 부당한 공세라는 취지다.

차준홍 기자

‘김병기 대 전직 보좌진’ 사건의 발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여의도 맛도리’를 인지하고 닷새 뒤인 12월 9일 “대화방을 봤다. 사유는 잘 알 것이다. 각자의 길을 가자. 다시는 인연을 맺지 말자”며 6명 전원에게 직권면직을 통보했다. 면직된 보좌진은 각자 재취업에 나섰다. 변호사 출신인 보좌관 A와 선임비서관 B는 대한변호사협회에 , 비서관 C는 민주당의 다른 의원실 보좌진으로 각각 재취업했다. A와 B는 이후 쿠팡에도 함께 적을 뒀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는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2016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아들 취업을 청탁했다는 언론 보도가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의혹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강수를 두면서 그는 보도 사흘 뒤 여당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됐다. 의혹 제기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9월에는 김 원내대표가 아들의 숭실대 편입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와 B가 쿠팡에서 사직한 11월 이후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A·B는 “김 원내대표의 외압으로 사직했다. 김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에 당선 뒤 그 위력을 이용해 어디서도 발을 못 붙이게 끝까지 보복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의혹 폭로에 나섰다. 두 사람은 김 원내대표가 9월 5일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이사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에 대한 해고를 청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 측은 “9월 5일은 A가 쿠팡에 취업하기도 전이었다”며 해고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12월 들어 김 원내대표 관련 의혹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 당시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무상 이용 의혹(22일) ▶대한한공, 김병기 부인·며느리·손주 의전 특혜 의혹 보도(24일)가 이어졌고, 25일엔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2023년 지역구 병원에서 진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모님이 안과 ○○○ 교수님께 진료받을 예정”(보좌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교수님께 다시 한 번 부탁드려 불편함 없으시도록 하겠다”(병원 부원장) 등의 대화가 오간 문자 내역이 공개됐다. 김 원내대표는 “또 그 사람들의 제보로 보인다. 예약 부탁이 특혜 의전 지시로 둔갑했다”고 반박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감정 싸움은 법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A·B 등 전직 보좌관은 지난 24일 “김병기 의원의 부인이 막내 보좌직원 계정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자신의 폰에 설치해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취득했다”며 김 원내대표 등을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의혹으로 동작경찰서에 고소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 측은 “적법하게 취득한 자료다. 전직 보좌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라고 맞섰다. 김 원내대표의 측근인 이지희 동작구의원도 “B가 제 사생활을 도촬하고 술자리 안주 마냥 씹어댔다”며 그를 고소한 상태다.

의원과 전직 보좌진 사이의 진흙탕 공방에 정치권에선 한숨 섞인 반응이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5일 BBS라디오에서 “김 원내대표가 더 자숙해야 한다”며 “보좌진과의 갈등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지 반성의 계기를 국회의원 전체가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좌진이 단톡방에서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들었든지 관심 없다”며 “‘보좌진이 배신할 줄 몰랐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 김병기의 비리와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강보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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