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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호텔·카페·편의점 ‘딸기 전쟁’

중앙일보

2025.12.25 12:30 2025.12.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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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디저트 시장 주인공

요즘 딸기,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가 중요
호텔 ‘경험’ 카페 ‘선물·일상’ 편의점 ‘루틴’

 올겨울 딸기는 채널에 따라 경험·일상·루틴으로 소비가 분화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 [사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겨울, 디저트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딸기다. 한때는 봄을 알리는 과일로 여겨졌지만, 이제 딸기는 겨울 시즌을 대표하는 과일로 자리 잡았다. 연말이 다가오면 호텔 라운지와 뷔페, 카페와 편의점까지 유통 채널을 가리지 않고 딸기 메뉴가 쏟아지는 이유다. 딸기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딸기 뷔페와 애프터눈 티 세트를 운영하는 롯데호텔 서울은 올해 12월 관련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할리스 역시 올해 딸기 시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겨울 디저트 시장에서 딸기가 차지하는 존재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요즘의 ‘딸기 전쟁’은 누가 더 크고 비싼 딸기를 쓰느냐보다, 딸기를 어떤 방식으로 즐기게 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롯데호텔의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 롯데호텔]


호텔가, 딸기 다양하게 즐기도록 제안

과거 ‘딸기 뷔페’로 통일됐던 호텔가의 딸기 프로모션은 올해 한층 다양해졌다. 딸기 디저트 자체가 새로워졌다기보다는, 딸기를 어떤 형식과 흐름 안에 배치하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를 통해 파인 다이닝 코스와 딸기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구성을 선보였다. 전채 요리부터 파스타,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까지 코스 요리는 테이블 서비스로 제공하고, 딸기 디저트는 부티크 형태로 자유롭게 오가며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딸기 디저트는 식사의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후식이 아니라, 식사 이후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딸기를 애프터눈 티뿐 아니라 빙수로 풀어냈다. 겨울 시즌에 딸기와 제주 말차를 조합한 빙수를 선보인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빙수는 여름 디저트로 인식되지만, 파크 하얏트는 계절의 차가움 자체보다는 공간과 분위기에 주목했다. 호텔 최고층인 24층 ‘더 라운지’에서 겨울 풍경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디저트 경험을 상정한 것이다. 여기에 말차를 더해 최근 디저트 트렌드까지 함께 반영했다. 김성호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은 “겨울의 차가움이 아닌, 호텔 최고층 24층 더 라운지에서 눈 내리는 겨울을 내려다보며 맛있게 즐기는 미식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며 “딸기는 겨울에 가장 완벽한 맛을 보여주는 제철 과일인 만큼, 이 계절의 정점에 있는 신선한 딸기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즐길 수 있도록 빙수라는 포맷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JW 메리어트 서울은 애프터눈 티 구성 안에서 딸기를 디저트와 식사 메뉴에 고르게 활용한다. 딸기 디저트와 함께 해산물 카나페 같은 식사 메뉴를 구성하고, 딸기 퓌레를 더한 벨리니 칵테일도 함께 제안한다. 딸기는 메뉴의 중심 재료라기보다, 티타임 전체의 분위기를 살리는 요소로 쓰인다. 이처럼 올해 호텔 딸기 프로모션은 더 화려해지기보다, 익숙한 딸기를 어떻게 다르게 즐길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보여주는 딸기’는 기본, 즐기는 방식 달라져

딸기 시즌과 사진 찍기 좋은 디저트의 조합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빨간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는 사진에 잘 담기고, 연말·겨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다만 올해는 ‘보여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서울드래곤시티는 딸기 뷔페를 ‘딸기 스튜디오’라는 콘셉트로 운영한다. 일본 와라비 모찌 파르페, 멕시코 마르케시타, 이탈리아 팡도르 등 세계 각국의 딸기 디저트를 한자리에 모아 구성하고, 회차 시작 전 사진 촬영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딸기 뷔페를 맛보는 공간이자 기록을 남기는 장소로 만든 셈이다.

롯데호텔 서울은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를 내년 3월까지 장기 운영하며 딸기 시즌을 하나의 캠페인처럼 이어간다. 딸기 디저트 뷔페와 애프터눈 티를 월별 콘셉트로 나누고, SNS 인증과 경품 이벤트를 함께 진행한다. 이미향 롯데호텔 서울 식음팀장은 “매 시즌 제철 과일 프로모션을 이어오고 있지만, 딸기 시즌은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반응이 크다”며 “올해는 퀴즈 이벤트와 스크래치 복권,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 구매 고객 대상 경품 행사 등 즐길 거리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이벤트’에서 ‘겨울의 루틴’으로

카페와 편의점처럼 일상에 가까운 채널에서는 접근 방식이 또 다르다. 부담 없이 여러 번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딸기 상품을 앞세워, 소비를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한다. 딸기를 특별한 날의 선택이 아니라, 겨울이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메뉴로 만든 전략이다. 할리스는 설향 생딸기를 활용한 음료와 케이크에 더해, 2~3인이 즐길 수 있는 미니 홀케이크와 캐릭터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연말 선물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딸기 롤케이크를 출시해, 함께 나눠 먹기 좋은 시즌 디저트를 제안했다. 홀케이크보다 작은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 선물용 패키지를 앞세워 딸기를 일상 디저트로 끌어들였다.

편의점에서는 이 흐름이 더욱 분명하다. GS25의 딸기 샌드위치는 겨울 시즌마다 반복 구매되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설향 딸기의 산지와 당도를 강조하고, 딸기 크림빵과 도넛, 모찌 팬케이크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했다. 정시현 GS25 FF팀 MD는 “딸기 샌드위치는 매년 겨울 꾸준히 사랑받는 시즌 대표 상품”이라며 “올해는 국산 설향 딸기와 캐릭터 협업 패키지를 적용해 맛과 재미를 함께 강화했다”고 말했다.

올겨울 딸기는 유통 채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이다. 호텔에서는 ‘경험’을, 카페에서는 ‘선물과 일상’을, 편의점에서는 겨울철 ‘루틴’을 제안한다. 같은 딸기라도 만나는 방식에 따라 소비의 의미는 달라지는 이유다. 딸기는 더는 단순한 제철 과일이 아니라, 겨울 소비 흐름을 드러내는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딸기 디저트들. 사진 왼쪽부터 투썸플레이스의 롤케이크, 할리스의 설향 생딸기 음료와 케이크, 파크 하얏트 서울의 딸기 말차 빙수, GS25의 딸기 샌드위치.



송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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