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팀장 3년 차입니다. 1~2년 차에는 성과 내는 게 힘들었는데 3년 차가 되니 사람이 힘들어졌어요. 매니징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던 와중에 『리더의 일』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컨설팅 회사, 일반 기업에서 21년간 임원과 대표로 일한 박찬구 경영자 코치가 썼는데요.
첫 장부터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로 마음을 가볍게 해주셨죠(웃음). 리더의 밥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조직의 문제아는 어떻게 관리하는가, 칭찬과 부정적 피드백의 기술까지. 오래 현장을 경험한 리더의 구체적인 조언이 와닿아서 폴인(folin.co) 인터뷰 요청을 드렸어요.
리더 생활,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리더의 일 5가지를 깨닫다
Q : 10개 회사에 몸담으셨다고요.
실은 12군데 다녔어요. 제 또래 중엔 굉장히 드문 이력이죠. 살아보니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군데 다닌 경험이 지금 코칭하고 자문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커리어 초기에 컨설턴트로 일했는데요. 컨설팅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잘 모르는 업종의 고객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2주쯤 지나면 아는 척을 해야 해요. 러닝 스피드가 굉장히 빨라지죠. 그래서 요즘 코칭 받는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코치님한테는 길게 설명 안 해도 돼서 좋습니다.” 업종 불문하고 바로 이해하니까요.
Q : 저도 꽤 옮겨 다녔습니다만 적응이 쉽지 않던데, 어떻게 견디셨어요?
처음이 힘들죠. 몸담던 조직을 처음 떠난 게 대리 시절 유학 간다고 휴직했던 때였어요. ‘내가 집에 있으면 회사에서 전화가 오겠지’ 생각했죠. “서류 어디다 뒀니” 같은 전화요.
그런데 한 통도 안 오더라고요(웃음). 그때 깨달았어요. 일 좀 한 것 같은 내가 빠져도 조직에는 전혀 영향이 없구나.
Q : 일찍 깨달으셨네요(웃음). 이후 회사 생활이 달라졌나요?
엉덩이가 가벼워졌죠. MBA 갔다 와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 갔어요. 거기서도 1년 만에 외국계 컨설팅으로 옮겼죠. 3년 후에 컨설팅 회사를 직접 차렸고요. 7년 정도 운영하다가 재능교육 임원을 거쳐 47살에 웅진케미칼에서 대표 생활을 시작했죠.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했다기보다는 저거 재밌겠는데? 그럼 옮겼어요. 이직을 몇 번 해보면 새로운 조직에 가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그림이 그려져요.
21년간 임원, 대표 생활을 해보니 리더의 일은 5가지예요.
Q : 5가지가 뭔가요?
시작하기, 도와주기, 직접 하기, 결정하기, 끝내기.
이게 전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게 뭘까요?
Q : 직접 하기요?
맞아요.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걸 결정하는 사람'이에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 있잖아요. 인사팀이라면 매달 급여 지급 같은 업무요. 이건 팀원들이 다 알아서 합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 새로 해야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죠.
일을 끝내는 것도 중요한 결정이에요. 예전에 컨설팅 회사할 때 일 잘하는 직원이 있었어요. 처음에 방향만 잡아주고 제가 별로 할 게 없었죠. 이제 네가 알아서 다 하면 되겠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 아닙니다. 대표님이 끝났다고 해야 끝난 거죠. "
책임진 사람이 끝났다고 해야 끝난 거예요. 리더는 구성원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입니다. 구성원이 일하는 걸 검토하고 들여다보고 중간에 조언하고… 그게 리더의 일이에요.
Q : 그래도 구성원들이 너무 바쁠 땐 제가 실무를 덜어줘야 되지 않나,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바쁠 때 일을 덜어준다고 하셨죠. 그건 팀장님의 일이 아닌 일을 해준다는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에디팅 할 게 있으면 그걸 갖고 와서 내가 한다는 소리잖아요. 그런데 담당자가 나중에 들여다보면 원고 톤의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신의 일을 아닌 일을 해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거냐는 거죠.
Q : 실제로 제가 일을 덜어주겠다고 에디팅을 했다가 담당자가 새로 쓴 적이 있어요. 톤이 안 맞아서(웃음).
그러니까요. 당장 팀원이 부족하면 팀장도 담당 업무를 하나 갖고 가는 게 어떠냐고 하잖아요. 소위 플레잉 코치라고 하죠. 플레잉 코치 치고 좋은 성과 낸 사람 없어요.
코치가 잘하면 코치가 경기 뛰지, 왜 선수들이 뛰겠어요? 팀원이 신입일 때는 물론 팀장이 더 잘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차이는 금방 사라집니다.
Q : 가끔 팀원이 프로젝트를 혼자 완수해 내면 ‘나는 한 게 없는데 어떡하지?’ 신경 쓰일 때도 있어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윗분들은 보면 압니다. 팀장이 아무것도 안 한 건지, 리딩을 잘 한 건지.
반대로 일이 잘 안됐을 경우는 어떤가요? 그때는 팀장한테 뭐라고 할 거 아니에요? 위에 올라가서 깨지더라도 내 책임이고, 칭찬을 받아도 내 책임인 겁니다.
팀원의 성장은 분명 나한테 도움이 돼요. 내가 편해지니까요. 신임 팀장 코칭할 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맨날 10시, 11시에 퇴근한다는 거예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팀원들이 일을 못 쫓아온대요. 팀장님은 어떻게 팀장이 되셨어요?
Q : 그걸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웃음)
승진할 때가 돼서? 아니죠. 일을 잘해서 팀장이 된 거죠. 그렇게 팀장 된 사람이 팀원들의 업무가 본인 기대 수준하고 맞겠어요? 안 맞는 게 당연해요. 그 갭을 메꾸려고 본인이 매일 야근하는 거예요.
그럼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언제까지 그렇게 사실래요? 언제까지 계속 그 일 대신해 주실 거예요?” 그 친구들이 일을 배워서 역량이 늘어나면 팀장이 야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Q : 하지만 팀원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시간 동안은 버텨야 하나요?
가르치든지, OJT를 하든지 여러 방법으로 시간과 기회를 계속 줘야 해요. 일을 직접 해서 배울 수 있도록. 그때까지는 기대 수준을 약간 낮추면 돼요. 안 그러면 본인이 계속 갈아 넣는 거죠.
제가 컨설턴트로 10년을 일하다가 기업 임원으로 옮겼어요. 보고서를 가져오는데 한숨이 나와요. 컨설턴트들은 보고서 잘 쓰잖아요. 그래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제가 빨간펜으로 고치는 걸 1~2주 했어요. 그렇게 하니 일하다 죽겠더라고요. 컨설턴트 때보다 일이 더 많은 거예요.
그래서 기대 수준을 내려놨어요. 제가 직접 고치지 않고, 고쳐야 하는 방향을 설명해 줬죠. 그다음 보고서는 마음에 들었을까요? 안 들죠(웃음). 한두 번 더 수정해야죠. 이걸 몇 달을 했어요. 그런데 쉽게 늘지 않더라고요.
Q : 몇 달이요?
네, 안 되겠다 싶어 직원들을 불렀어요. 과장급 이상 30명쯤 불러서 매주 금요일에 1시간만 일찍 와라. 그리고 업무 시간을 1시간 쓰자. 그 2시간 동안 제가 교육을 했어요. 차트 그리는 법, 보고서 쓰는 법. 3개월 교육하니까 더 가르칠 것도 없고 끝냈죠. 이 친구들이 고맙다고 제 사무실에 공기청정기 하나 사서 넣어주더라고요(웃음).
중요한 건 그렇게 하고 나니 팀장 3명의 보고서가 달라졌어요. 그중에 임원이 한 명 나왔죠.
Q :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대신 교육으로 역량을 키우셨네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죄가 없어요. 때로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필요할 때도 있고요.
인사철에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되면 다들 물어보잖아요. 그분 어떠셔? 별명이 김대리래요. 그럼 아, 마이크로 매니저구나. 바로 눈치채죠. 그런데 어떤 분은 사장이 되면 디테일한 경영자라고 불려요. 뉘앙스가 긍정적이죠.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필요한 일에만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사람. 저는 이걸 ‘디테일 매니지먼트’라고 불러요. 좋은 리더는 내가 챙겨야 될 게 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에요.
" 어떤 걸 디테일하게 할 거냐. 이게 리더의 일머리거든요. "
처음 시도하는 일이나 부서의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해요. 사장이라도 대리, 사원과도 다이렉트로 소통해야죠. 그렇지 않은 일은 구성원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고요.
영혼 없는 칭찬도 도움 될까
Q : 리더 입장에서는 칭찬을 한다고 하는데 구성원들은 늘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합니다.
제가 어떤 임원 코칭을 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찌르면 피도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스타일이에요(웃음). 제가 물었죠. 칭찬을 왜 안 하십니까? 그랬더니 “잘한 게 있어야 칭찬을 하죠” 그래요. 칭찬을 해보시라는 숙제를 드렸어요.
다음 코칭 시간에 확인하니 2주 동안 세 번 했대요. 한 번은 진짜 칭찬하고 두 번은 그냥 하셨대요. 그냥 칭찬하니까 영혼 없는 칭찬 같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제가 또 물었어요.
“상무님 밑에 아부하는 친구들 있죠? 들으면 아부인 줄 아시죠?”
“알죠”
“아부는 영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죠.”
“영혼 없는 아부여도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
“칭찬도 마찬가지예요.”
영혼 없는 칭찬도 들으면 기분 좋아요. 저는 아무 맥락이 없어도 칭찬을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왜냐하면 대표를 했던 저조차도 뜬금없는 칭찬에도 기분이 좋았거든요.
" 잘해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칭찬은 기본값이라고 세팅하는 게 맞습니다. "
혹시 골프 치세요?
Q : 아뇨.
골프는 칭찬을 바로 해야 되거든요. 드라이버를 쳤을 때 바로 굿샷 외치는 사람이 있고요. 치고 1초 있다가 굿샷 하는 사람이 있어요. 공이 정말 똑바로 가는지 보고 하는 거예요. 그럼 속으로 생각하죠. “이 자식, 다 확인하고 얘기하네.”(웃음)
또 같이 골프 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어요. “대표님 연습 열심히 하셨나 봐요. 허리가 완전히 돌아갔어요.” 이건 이 사람의 노력을 칭찬해 주는 거예요. 회사에서는 “그 프로젝트에 오래 공들이더니 역시 OO씨가 하니까 좋은 성과 나왔네요” 이렇게 칭찬하면 가장 좋고요. 이렇게 못해도 수시로 “OO씨는 훌륭한 팀원입니다”라고만 해도 의미가 있는 거죠.
저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척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신 참 힘들겠구나’ 공감하는 척하는 거죠. 실제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그래도 리더라면 “고생 많이 했네요” 공감하는 척을 해보세요. 본인의 공감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도 공감하는 척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공감하게 돼요. 저도 노력해서 포용력과 공감력을 끌어올린 케이스예요(웃음).
Q : 저는 구성원들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하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부정적 피드백이 힘든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인간 본성 때문이에요. 인간은 누구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듣기 싫은 얘기를 해야 되잖아요. 부정적 피드백은 받는 사람도 싫어하지만 주는 사람도 싫어요. 그거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부정적 피드백에 대해서 저는 약간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 피드백은 합의에 도달하는 게 아니에요. 평가자가 자신의 의견을 주는 겁니다. "
합의사항이라고 생각하면 피드백이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면 요즘은 평가를 설득하려고 해요. 평가 면담할 때 “OO씨는 이번에 C를 받을 겁니다”라고 하면 “내가 왜 C입니까?”라고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평가라는 건 평가자가 피평가자를 평가하는 겁니다. 본인 평가가 아니에요. 합의사항이 아니라는 거예요. 평가자가 C를 주면 끝이에요. 물론 근거가 있어야겠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고요.
Q : 요즘은 리더십 평가가 있다 보니 인기 많은 상사가 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착한 상사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 보스는 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리더는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불만에 찬 구성원이 있으면 “내가 결정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무리 조직문화가 수평적이더라도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상사이고 보스입니다.
둘째, 구성원이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일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제가 과장급 이상에게 보고서 작성하는 법 알려준 것처럼요. 리더는 인재를 육성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상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해요.
직장 내에서도 ‘리셋’이 필요하다
Q : ‘조직 파괴범’이라는 표현이 책에 나오잖아요. 태도가 안 좋은 팀원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나요? 사실 부모도 자녀의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