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지방정부와 기업의 ‘위대한 동행’] 글로벌 광물 공급망의 뉴 페이스, 영월군과 알몬티대한중석 미국·독일·캐나다·한국 자본·기술, 2026년 상반기 영월에서 텅스텐 생산 예정 영월군, 핵심 광물 클러스트 조성해 강원 남부 거점 도시로의 도약 꾀해
월간중앙은 새해부터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는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하는 시대에도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기업의 아름다운 협업이 그 대상입니다. 주어진 현실에서 예외적 신호를 포착하고, 대안을 실행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상상 이상입니다. 이들의 과감한 도전이 타 지자체와 기업, 중앙정부에도 영감을 준다면 세상은 계속 발전하게 됩니다.
" 의식적으로 집중해 극복하지 않으면 지역이 없어져 버린다는 식의 위기의식만 강조해봐야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일본의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다나카 데루미는 지역 회생 관련 저서 〈인구의 진화〉(더가능연구소 출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쇠퇴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활로를 찾으려면, 여태까지 해 오던 고착화된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 회생은 위기감, 절박감만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주어진 일상의 현실에 집중하고, 다른 지역에서 충족할 수 없는 대안을 찾아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때 변화의 문이 열린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강원특별자치도 최남단에 위치한 영월군은 텅스텐(중석)이라는 ‘일상의 현실’을 지렛대로 삼아 강원 남부 거점 도시로의 변신을 꿈꾼다. 1994년 폐광된 영월군 상동읍 소재 상동광산(上東鑛山)이 내년 상반기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상동광산이 재가동된다면 영월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생산 허브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된다. 이 도시는 텅스텐을 정점으로 하는 핵심 광물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과거 한국 수출을 이끌던 1950~60년대의 영월 황금기를 재현하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
텅스텐이 무엇이기에 한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걸까.
텅스텐은 방위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략 물자다. 물성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금속 중 녹는점이 가장 높다. 밀도와 강도 역시 높아 항공모함·항공기·우주선의 엔진 부품, 미사일과 대포의 탄두, 반도체와 이차전지, 절삭공구 등 첨단 산업과 전력 분야 전반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최근에는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의 고성능 플라스마 성능 개선에도 활용되면서 ‘푸른 보석’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금속은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은 세계 생산의 87%를 차지하는 중국·러시아·북한 등 사회주의권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비중은 80%로 압도적이다. 중국과의 경제·공급망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는 희토류와 마찬가지로 텅스텐 수급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부심한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대한중석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이때 비로소 ‘먼지와 침묵 아래 잠들어 있던 거인’ 상동광산이 서방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상동광산의 텅스텐 매장량은 현재 가동 중인 서방의 주요 광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매장량은 5000만 톤으로, 연 100만 톤씩 50년 동안 채굴이 가능한 규모다. 상동광산이 재가동되면 비(非)중국권 공급량의 40%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상동광산의 소유 및 운영 주체인 알몬티대한중석은 추산한다. 이 회사는 “상동광산이 미국과 우방국의 항공·군수·반도체·의료 등 첨단 산업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동광산 재가동의 주요 참여자들은 단일 국가가 아니다. 광산은 대한민국에 있고, 그 광산을 2015년 인수한 국가는 캐나다이며, 재가동 자금을 알몬티대한중석에 대출한 나라는 독일이고, 텅스텐을 주로 구매할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 정부도 상동광산 재가동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알몬티대한중석의 시추·탐광과 관련해 법령에 따라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텅스텐을 개발 중인 업체는 알몬티대한중석 외에도 국내 업체 두어 곳 더 있다. 산업통상부 실무 관계자는 “알몬티는 상동광산에서 시추 등 텅스텐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면서 “알몬티를 포함해 모든 기업이 차별 없이 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국고 보조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서방권의 유일한 대안, 상동광산”
영월군에게 텅스텐과 상동광산은 영화로웠던 과거의 표상이기도 하다. 산업화 이전인 1950~60년대, 대한민국 총수출의 60% 이상을 상동광산의 텅스텐이 책임졌다. 당시 영월군은 13만 인구를 수용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1992년 한·중, 한·러 수교 이후 값싼 중국산 텅스텐이 유입되면서 상동광산의 채굴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1994년 폐광에 이르렀다.
텅스텐은 미국 등 서방에는 방산 물자이고, 영월군에는 전성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기억된다. 소비자(서방)와 생산자(상동광산) 모두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원이 텅스텐이다.
이 광산 재가동에 나선 기업은 ㈜알몬티대한중석이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다국적 텅스텐 생산 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즈(Almonty Industries)의 한국 자회사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2015년 상동광산을 운영하던 대한중석을 인수했다. 이후 10년간 1800억원이 넘는 시추·탐광 비용을 이 광산에 투입했다. 현재 4.3㎞ 갱도 구간에 뚫린 시추공은 527개로, 일제강점기부터 채굴해 온 대한중석이 1994년 폐광 전까지 남긴 863개와 비교하면 재가동 준비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과거 ‘광산’ 하면 ‘막장 인생’을 떠올리기 일쑤였다. 더 내려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탄광의 막장이라는 비유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요즘은 스마트 마이닝(Smart mining)이라는 용어가 보여주듯, 수작업 중심이던 광부의 노동은 로봇과 굴착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과 CCTV는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해 작업 인력의 안전을 도모한다.
━
갱도 뚫는 데 5톤 트럭 6만3000대 동원
알몬티대한중석은 텅스텐 원석과 잡석을 채굴·운반하기 위해 상동광산 내부에 갱도를 새로 뚫었다. 크기는 가로·세로 약 5m에 달해 터널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긴다. 취재진은 SUV를 타고 총연장 4.3㎞에 이르는 갱도 내부를 둘러봤다. 굴착 과정에서 나온 폐석과 원석은 15톤 트럭에 실려 광산 외부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지난 5년 동안 갱도를 굴착하며 파낸 폐석과 원석은 31만5000톤에 달한다”고 변승민 알몬티대한중석 측량 매니저는 설명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처리하는 데 5톤 트럭 6만3000대가 동원된 셈이다.
돌이 없어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듯, 텅스텐이 부족해서 상동광산이 문을 닫은 것도 아니다. 시장 가격을 맞추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을 뿐이던 상동광산의 텅스텐의 광채가 다시 세상에 나오려 하고 있다.
다른 희귀금속과 마찬가지로 텅스텐 공급망에도 원광 품질, 채굴 비용, 가공 비용, 운송비, 환율, 규제·지정학 리스크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텅스텐 시장은 중국의 수출 통제 가능성, 미·중 패권 경쟁, 방산 수요 변화, 배터리·특수합금 수요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 광물 시장이다. 단기간에 급등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러한 이유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알몬티대한중석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2020년 플란제(Plansee) 그룹 계열 GTP(Global Tungsten & Powders), 2025년 미국 방산업체 TPW와 산화 텅스텐 공급에 관한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을 체결했다. 오프테이크 계약이란 특정 광물에 대해 최저가격을 보장하되,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그 가격에 맞춰 거래하는 방식의 계약을 의미한다. 가격 변동이 큰 전략 광물 시장에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상동광산 텅스텐이 가격 문제로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회사 측은 전망한다. 해치(Hatch)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상동광산의 생산비용은 MTU(10kg)당 110~126달러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근 원자재 상승 흐름 속에서 텅스텐 가격은 크게 뛰었다. 변승민 알몬티대한중석 매니저는 “텅스텐은 MTU당 60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한때 80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몬티대한중석은 홈페이지에서 상동광산의 강점을 ‘세계 최저 생산비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알몬티대한중석은 영월에 선광·정광 시설과 산화 텅스텐 설비를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이는 텅스텐 밸류 체인의 핵심 공정이다. 텅스텐 광업 공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채광(採鑛)을 통해 원석을 갱도에서 캐낸다. 다음으로 광석 덩어리에서 유용한 광물을 골라내는 선광(選鑛) 과정을 진행한다. 이어 농축을 통해 품위를 65~70%로 끌어올리는 정광(精鑛) 단계를 거친다. 이후 거품을 일으키는 화학적 공정을 통해 순도 99.99%의 산화 텅스텐을 추출해야 반도체나 이차전지에 쓰일 텅스텐 제품이 완성된다. 1994년 상동광산 폐광 이후 이러한 일련의 제조 시스템은 모두 가동이 중단돼 당분간 후속 공정은 해외에서 처리해야 한다.
━
미국, 텅스텐 탈(脫)중국 노선 공식화
그 사이 텅스텐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숨가쁘게 전개됐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도 2025년 6월 알몬티대한중석 루이스 블랙 대표에게 서신을 보내 상동광산 텅스텐을 미국 방위 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중국특위는 상동광산의 가동 시기와 예상 생산량, 최대 생산 용량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알몬티대한중석은 전했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국방 무기 체계에서 중국·러시아·북한산 텅스텐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침을 2023년 말 국방수권법(NDAA)에 명시했다. 나아가 2024년 초 방위조달규정(DFARS)을 통해 사용 금지 시행 시점을 2027년 1월 1일로 못 박는 등 텅스텐 탈(脫)중국 노선을 공식화했다. 중국 역시 올해 2월 텅스텐·몰리브덴 등 5개 핵심 광물의 수출을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 통제 조치로 맞섰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와 달리 달리 영월 지역 분위기는 대체로 무덤덤하다. 영월 서부시장 공용주차장 입구의 김삿갓 떡집에서 만난 한 주민은 “텅스텐을 다시 채굴한다는 얘기는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면서도 “실물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이런 호재로 지역이 들썩이거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부시장에서 20년 넘게 점포를 운영해 온 또 다른 주민 역시 “상동광산 재가동 계획을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에게 상동광산 재개발 뉴스가 ‘양치기 소년’ 효과로 희석됐을 가능성도 있다. 1994년 상동광산 폐광 이후 재가동 소문은 이어졌지만 실제로 추진된 사례는 없다. 2012년에는 국내 업체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과 재개발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알몬티대한중석의 여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계류 수입 및 생산 설비 인허가 절차가 길어지면서 후속 공정 일정도 함께 조정되었고, 이미 설치한 기자재가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분쇄기(Mill)에 부착되는 라이너(보호 패널)에 들어가는 접착제의 유통기한이 지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사용을 중단한 적이 있다. 공급업체는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했으나, 회사는 향후 라이너 탈락에 따른 조업 중단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보수를 선택했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대한중석 대표는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다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특정 부품이나 작업이 기준에 미달하면 공정을 멈추고 재점검한다. 기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영월 인구 1만~1만5000 유입 가능”
이제 알몬티대한중석은 상동광산 재가동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잡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동광산 재가동 일정 조정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에서 늘 있는 일” 정도로 보는 기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알몬티 측이 초기에 너무 과감한 계획을 세운 감은 있다”면서도 “광산 개발의 경우 국내 건설사들도 일반적으로 일정이 순연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영월군은 2025년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산업과를 신설했다. 텅스텐 등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다. 영월군청 엄대섭 전략산업팀장은 “상동광산 재가동 일정 지연은 기계류 수입 지체나 현장 여건 때문으로 이해한다”면서 “텅스텐 채굴, 선광, 미국으로의 수출 선적까지의 과정이 내년 6월 상반기에 완료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년도 영월군 캐치프레이즈는 ‘사람이 돌아오고 일자리가 살아나는 강원 남부 거점 도시’로 정리된다. 텅스텐이 인구 증가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2016년 이후 10년 동안 영월군의 주민등록인구는 매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올 11월 기준 영월군 주민등록인구는 약 3만6000명. ‘중석의 도시’로 불렸던 상동읍의 인구도 한때 3만 명을 넘었으나, 올해 11월에는 1009명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상동고등학교는 야구부를 창단하며 경우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어, 인구 유지와 증가는 지역의 절박한 과제이다.
영월군은 인구 감소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전환점에 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월군 측은 “관내 인구는 올해 들어 감소세에서 벗어나 현상 유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사망 등 자연 감소가 매년 400~500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의 인구가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쇠락의 길을 걸어온 영월군은 텅스텐 산업을 지렛대로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기회를 맞고 있다. 텅스텐 전·후방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솔면 녹전4리 일원 25만㎡ 부지에 ‘핵심광물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텅스텐을 가공·응용하는 기업과 연구센터, 공공기관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핵심 광물 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동광산이 서방 공급량의 40% 이상을 충당하고 관련 전·후방 산업이 지역에 정착했을 미래의 인구는 얼마쯤일까? 영월군은 대략 1만~1만5000명 정도의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상동광산이 직접 만드는 일자리 규모는 자동화와 기계화로 인해 약 350명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산·학·연 클러스터 내 기업 규모에 비례해 식당·마트·학교·교통·의료 등 생활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면 1만 명 이상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텅스텐 관련 산업에다 생산재, 소비재 산업의 유발 효과를 따지면 그렇다는 말이다. 엄대섭 영월군청 전략산업팀장은 “영월군이 5만 명 정도의 적정 인구를 유지한다면 여타 시·군보다 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짜임새 있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부권 생산라인 제천·원주 너머 영월까지
경제활동 인구가 늘고 소비가 증가하면 지역 상권에도 생기가 돌게 마련이다. 2024년 영월군 지역총생산(GRDP)은 약 1조4000억원. 상동광산 채굴이 본궤도에 오르고 텅스텐 산업 밸류 체인이 완성될 경우, 영월군은 3000억~5000억원의 GRDP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알몬티대한중석도 글로벌 전략 광물 허브 전략을 통해 영월군의 목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회사는 △상동 텅스텐 광산 △산솔면 산화 텅스텐 공장 △상동광산 하부 몰리브데넘 채굴로 이어지는 통합 공급망을 영월에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산솔면 산화 텅스텐 공장 건설에 약 1000억원을 투입하고, 텅스텐 정광 증산을 위한 시설 투자에도 400억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동광산 재가동은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서 영월군의 지위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의 중심축이 과거 동해안에서 서해안으로 이동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부권으로 확장되는 추세에 주목한다. 산업 벨트가 중부권에서도 점차 동쪽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중간 지점인 제천 인근에 있는 영월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택·화성·이천 등 기존 반도체 거점에 더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제조업 생산 라인이 제천·원주 축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확장 흐름이 제천을 넘어 영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이영성 교수는 전망한다.
그 근거는 텅스텐의 범용성이다. 텅스텐은 반도체·이차전지를 포함한 충청·수도권 제조업 전반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이 교수는 “청주, 이천, 용인, 안성 등지에 신규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텅스텐 수요도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이 같은 산업 흐름은 영월이 국토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던 이 도시에 텅스텐이라는 서사(敍事)가 등장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이처럼 너무 커져 버렸다. 이제 영월은 밀도가 낮은 도시에서 다시 과거의 밀도가 높은 도시로 회귀하고자 한다. 지천으로 널린 텅스텐이라는 ‘일상의 현실’이 이 도시에 어떤 대안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