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체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받고 있는 4개의 내란 재판 가운데 첫 구형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는 징역 5년,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는 징역 2년, 국무위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외신 기자들에게 허위 공보한 혐의(직권남용 등) 및 보안 휴대전화인 비화폰 통화내역 삭제 지시(경호처법상 직권남용교사)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억수 특별검사보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며 “대통령으로서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할 피고인이 교묘한 법기술을 내세워 형사처벌을 면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박 특검보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대한민국 법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피고인을 신임해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들에게도 큰 상처가 됐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민에게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위법성을 반복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때문에 훼손된 헌법과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다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 권력자의 권력남용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족수(11명)만 채운 채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16분부터 18분까지 2분가량 졸속으로 국무회의를 열고,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파악했다. 이로써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심의·의결권 행사를 침해했다고 봤다. 특검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사전통제 장치인 국무회의 심의를 무력화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이후 올해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통해 막도록 한 혐의도 받고있다. 특검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반박하면서 “중무장한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사병화해 영장 집행에 조직적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전례가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로 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사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이 문건을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언론 입장문(PG·Press Guidance)를 외교부 부대변인에게 전달해 외신 기자들에게 전파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 특검은 “공범인 군 사령관들의 수사가 진행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통화기록을 타인이 확인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행위는 증거인멸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