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동체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에는 군수공장 현지지도 사실을 공개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갔다. 미국을 노린 핵잠에 이어 한국을 겨냥한 미사일 등을 잇따라 공개, 무력을 과시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한 포탄 등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중요군수공업기업소들을 방문해 4분기 미사일과 포탄 생산 실적을 점검하며 “총체적인 생산능력을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군수공장은 세 곳으로 보이는데, 통신은 공장의 명칭이나 위치, 방문일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는 240㎜ 방사포 등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과 화성 계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동체 및 탄두부를 제작하는 공장들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우리 군대 미사일 및 포병 무력의 전망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당 제9차대회가 결정하게 될 새로운 군수공업기업소들을 계획대로 설립하는 것과 함께 현존 공장들의 생산구조도 보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부단히 갱신하는 등 군수공업의 현대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전망적 수요’를 언급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러시아를 향해 포탄 생산 능력을 과시하고, 파병 등 지원에 대한 대가를 독촉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정은은 또 연초로 예상되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군수공장 추가 건설, 생산능력 확대 등에 대한 계획을 새로 확정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9차 대회에서 제기할 “중요군수공업기업소들의 현대화 계획 문건 초안”을 비준했는데, 새해에도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실제 김정은은 “전쟁억제력을 제고하는 데서 특히 미싸일 및 포탄생산부문이 제일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미사일총국과 제2경제위원회 해당 총국 등에 “제9차 대회가 새롭게 제시하는 현대화 및 생산계획목표들을 무조건적으로 접수하고 책임적으로 관철할 수 있게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속 공장의 설비 등은 매우 낙후된 수준으로, 김정은은 이를 개량해 장기적으로도 무기 수출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군수공장 사진에는 KN 계열 SRBM으로 보이는 무기가 포착됐다. 북한은 한국을 사정거리에 둔 KN 계열 미사일을 꾸준히 개량해 위협을 증강하고 있다. 이날 보도에서 KN 계열 미사일을 노출한 것 역시 의도적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에도 KN-23 등을 공급해왔다.
이날 시찰에는 조춘룡 당 비서,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국방과학 연구 부문 지도간부들, 중요 군수공업 기업소 지배인 등이 동행했다.
한편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며 정상외교 의전 등을 총괄해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사망했다. 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그의 사망에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내며 지난 25일 화환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창선은 2018∼2019년 남·북·미 간 연쇄 정상회담 국면에서 선발대로 회담지를 방문해 김정은의 동선과 숙소 등을 점검하는 등 의전 실무를 도맡았다. 2018년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으로 참석하기 위해 방남했을 때도 동행했다.
통신은 김창선에 대해 “언제나 견실하고 성실한 한모습으로 우리 당의 권위를 옹호보위하고 국가의 대외적위상을 떨치는데 특출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