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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잠수함 기술 유출한 해군 중령 출신 방산업체 대표 징역형

중앙일보

2025.12.2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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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마산지원 전경. 사진 다음로드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 설계 도면 등을 해외에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해군 중령 출신의 방위산업체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내 방산기술이 불법적으로 유출돼 외국 정부의 무기 개발에 활용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3단독 김남일 부장판사는 최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산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운영하는 방산업체 법인에는 벌금 150억원과 추징금 950억원을 명령했다. A씨와 함께 기술을 빼돌린 대우조선해양 퇴직 기술자 2명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 또 다른 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군 중령 출신인 A씨는 2019년 8월 대만과 1억1000만 달러 상당의 잠수함 어뢰 발사관 및 저장고 제작 납품 계약을 맺었다. 2019년 10월 대만으로 출국한 A씨는 자신이 설립한 법인의 대만지사에서 사용하는 이메일로 퇴사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로부터 어뢰 발사관과 저장고 계통, 상세 설계, 제작도면 작성 기술 등 잠수함 기밀 자료 수백 개를 받았다. 그리고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CD 등에 담아 대만에 기본설계, 상세설계, 생산설계 도면을 넘겼다.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로 지정·고시된 품목을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군용물자로 분류되면 방위사업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발사관과 저장고 설계 기술은 없었던 A씨는 대우조선해양 퇴직 기술사 4명을 끌어들여 범행에 가담시켰다. 이들은 2019년 8월 대만으로 출국해 대만 잠수함 제작에 참여했다. 법원은 대만이 2023년 자체 건조한 첫 잠수함인 ‘하이쿤’의 건조 과정에 A씨 등이 넘긴 설계도면이 활용된 것으로 봤다.

A씨 “대만의 원천기술 토대로 변환” 주장
A씨는 대만에서 받은 역설계 도면이 원천 기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제작한 잠수함을 분해해 역설계한 도면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유출 혐의는 받는 주요 도면은 대만의 역설계 도면을 토대로 보완, 변환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서에 역설계 도면을 제공한 대만이 지적재산권을 갖지 않고, A씨의 법인에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도록 명시한 점과 수출 허가 대상은 유출 혐의를 받는 주요 도면 그 자체이며 보완, 변환 기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범행은 전략 기술이 방위사업청 판단 없이 수출됐고, 수출 상대방이 긴장 관계에 있는 대만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안보에 큰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며 “A씨는 대외무역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계약 이행에만 몰두해 범행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보완 기술 수출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처벌을 피하려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과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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