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2월 여수 앞바다에 침투한 북한의 반(半)잠수정 격퇴 작전을 주도한 해군의 1000t급 초계함 광명함이 이달 말 전역한다. 광명함은 북한군과 직접 교전을 벌인 무공이 있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킬 마크’를 달고 있는 몇 안 되는 현역 함정이다.
해군은 26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광명함의 전·현직 함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군참모총장 명의의 ‘함정 전역 명령’을 광명함에 내렸다고 밝혔다. 함정 취역기를 강하하는 것으로 광명함은 지난 36년 간의 고단한 경계 임무에서 물러나게 됐다. 공식 전역일자는 이달 31일이다.
해군의 포항급 22번째 초계함인 광명함은 1989년 코리아타코마 조선소에서 건조돼 이듬해 7월 취역했다. 이후 해군 1함대·3함대에 소속 돼 동·남해 최전선을 누볐다. 무장으론 76㎜·40㎜ 함포, 대함미사일, 경어뢰 등을 갖췄다.
광명함이 이름을 알린 건 1998년 북한 반잠수정 침투 사건 때였다. 그해 12월 17일 밤 11시 15분쯤 김태환 육군 이병이 여수 돌산읍 임포초소에서 경계 임무를 하던 중 반잠수정을 발견했다. 군은 당시 7시간 넘는 육·해·공 합동 작전으로 반잠수정을 격퇴했다. 해군은 3함대 사령부 예하 광명함, 남원함 등 초계함 두 척과 P3 초계기, 링스 해상작전헬기 등을 투입했다. 광명함은 남원함과 함께 18일 오전 6시 50분쯤 거제도 남서쪽 공해상에서 발각된 반잠수정에 함포를 퍼부어 격침시켰다.
당시 광명함 함장으로 전투에 직접 참여한 손민(65) 해군 예비역 대령도 이날 전역식에 참석했다. 그는 “우리 함포가 반잠수정의 선미 쪽에 명중하자, 선미부터 침몰하기 시작했다”면서 “승조원 모두가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아직도 그 상황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적에겐 사(死), 아군에겐 생(生)의 운명이 엇갈리던 순간이었다.
손 대령은 “북한 반잠수정은 광명함보다 속도가 빠르기에 이에 맞춘 기동과 교전계획을 수립했다”면서 “반잠수정을 식별해 간첩선으로 확인한 후 반드시 격침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함장 임무 중 전투 무공을 세운 함정이기에 더 정이 간다”면서 “36년간 우리 바다를 지키는 소임을 다해준 광명함에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반잠수정 침투 전인 같은 해 6월과 10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 1001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었다. 해당 사건이 앞에서는 남북 교류의 문을 열고 뒤로는 간첩 침투를 시도한 북한의 이중적 면모를 보여준 사례로도 꼽히는 이유다. 우리 군엔 완전한 승리로 남은 전투였다.
광명함은 이후 2015년 5월 강원 속초 동방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화재사고 때는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선원 12명을 구조했다. 2017년 해군의 포술 최우수 전투함인 ‘탑건 함’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해군은 광명함을 비롯한 1000t급 초계함을 대체해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한 인천급(2500t급)·대구급(3100t급)·충남급(3600t급) 신형 호위함을 순차적으로 각 함대에 배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해군 특수전전단 부대 (UDT/SEAL)와 잠수함사령부, 해병대 1사단 등을 찾아 작전태세를 점검했다. 안 장관은 잠수함사령부에서 한국의 1호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찾아 “해군의 새 시대를 연 출발점이었던 장보고함의 정신은 핵추진잠수함(원자력추진잠수함)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며 “국가적 숙원인 핵잠 사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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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남북군사회담 대비 워크숍…"북한 호응하길"
한편 국방부는 이날 남북군사회담을 대비하기 위한 역량 강화 워크숍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부와 공동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남북군사 회담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군사회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높이고, 정통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방부 대북전략과의 명칭을 북한정책과로 변경한다고도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북한의 호응과 함께 남북 간 군사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의 장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방부가 지난달 17일 북한에 군사분계선(MDL) 재획정을 위한 남북군사회담을 공개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이날 현재까지 국방부의 군사회담 제안에 답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