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中과 해상충돌 필리핀, 또 韓 호위함 택했다…2척 8500억 계약

중앙일보

2025.12.26 00:30 2025.12.26 00:4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필리핀 북부 루손섬 수빅 해군기지에서 한국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필리핀 호위함 미겔 말바르함 도착 행사가 열리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연합뉴스
한국이 필리핀 해군에 차세대 호위함 2척을 추가로 공급하게 됐다. 약 85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직접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이런 필리핀의 해군력 증강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는 건 전략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향후 2조원 상당의 필리핀 잠수함 사업 참여에도 이런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방위사업청은 26일 “오늘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방부와 약 5억 7800억 달러 규모의 필리핀 해군 호위함 2차 획득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필리핀 해군 현대화 계획(호라이즌 3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으로, HD현대가 3200t급 최신형 호위함 2척을 2029년까지 필리핀 해군에 인도하게 된다.

호라이즌 3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인 HD현대는 이미 초계함 등 10척을 수주·인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필리핀의 3200t급 초계함 미겔 말바르함의 진수식을 열기도 했다. HD현대는 기존 호위함과 초계함 인도 당시 시기를 당겨 완료하는 등 특유의 ‘빠른 납기’를 강점으로 필리핀에서 신뢰를 쌓아 왔다. 현지 매체는 HD현대가 필리핀 해군에 약 2조 원 규모의 중형 잠수함 2척을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필리핀 해군력 증강에서 한국이 두각을 드러내는 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필리핀이 미국, 한국, 호주 등 믿을 수 있는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으로부터 수차례 물대포 공격을 받는 등 사실상 직접적 충돌을 겪고 있다. 필리핀이 10년 간 약 2조 페소(약 50조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되는 호라이즌 3 프로젝트를 띄운 것도 해군을 강화해 역내 해상안보 역량 격차를 줄이는 게 주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압박하는 배경은 필리핀이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국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한국이 필리핀의 해군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것은 곧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중 간 대리전 양상에서 미 측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실제 미국은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MASGA)을 토대로 대만해협 유사시 등에 대비해 역내 동맹국들을 거점화,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등이 가능하도록 해상 작전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방사청은 “필리핀은 동남아 내 대한민국의 중요 방산 협력국으로, 그간 FA-50 경공격기 계약 두 차례를 비롯해 한국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을 잇달아 도입하며 사실상 한국산 무기를 군의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양국이 특정 방산 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약정을 맺으면서 한국 업체와 필리핀 국방부 간 수의계약이 가능해지는 등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해왔다고 방사청은 강조했다. 방사청은 이를 통해 “필리핀이 ‘K-방산의 구독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KAI는 930억 FA-50 성능개량 사업 수주

국산 경공격기 FA-50. 한국항공우주산업
이와 관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015~2017년 납품이 완료된 FA-50PH 11대를 대상으로 한 약 930억원 규모의 성능개량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9년까지 진행된다. FA-50PH는 국산 경공격기인 FA-50 파이팅 이글의 필리핀 수출 모델이다.

KAI는 “이번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FA-50PH의 정밀유도무장 운용 능력을 강화하고, 항속거리와 지속작전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상된 네트워크 기반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올해 6월 추가 계약한 기체를 포함한 FA-50PH 총 23대가 필리핀 공군의 영공 방위 능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KAI는 기대했다.

30~40년 이상의 기체 수명 주기 동안 발생하는 여러 정비 요소 등에 대한 후속 지원 및 성능 개량 역량은 항공기 수출에서 핵심 요소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이는 항공기 획득 비용의 2~5배에 이르러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이유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