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독일 연방군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하자는 주장이 독일 정가에서 제기됐다.
유럽의회 유럽국민당(EPP) 대표 만프레트 베버는 26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인터뷰에서 "휴전 또는 평화협정을 맺은 뒤 안보 전선에 유럽 깃발이 펄럭여야 한다"며 "유럽 깃발을 군복에 단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친구들과 함께 평화를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미군 장병만으로 평화적 해법을 보장한다고 진지하게 기대할 수 없다. 또 유럽 군대를 말할 때 독일을 빼놓을 수는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와 비슷한 전후 안전보장 방안을 협상 중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 군대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나토의 확장을 전쟁 명분으로 삼은 러시아는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 최강 재래식 군대를 만들겠다며 재무장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파병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더 민감한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격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주장하는 러시아는 나치 과거사를 끌어들여 독일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독일 정가에서는 우크라이나 파병 논의를 종전 합의 이후로 미뤄왔다. 베버 대표가 유럽 깃발을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베버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소원해지자 '유럽판 나토'를 새로 구축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미국 문건에 따라 정책을 세우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며 "자체 안보전략을 수립하고 유럽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집권 기독사회당(CSU) 소속인 베버는 유럽의회 제1당 EPP 대표로 있으면서 EU와 독일 양쪽 정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 당시 EPP의 EU 집행위원장 공식 후보였으나 EU 정상회의에서 독일 국방장관을 지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집행위원장이 돌연 낙점돼 밀실 합의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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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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