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37)가 구속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황씨가 동종 범죄 전력이 있고 약 2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온 점 등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황씨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년 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처음이다.
황씨는 2023년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지인 집에서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에게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뒤 태국으로 출국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한 채 체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황씨에 대해 인터폴 청색 수배를 요청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해왔다. 이후 최근 황씨 측 변호인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체포 절차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최근 황씨 측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자 캄보디아로 이동해 지난 24일 프놈펜 태초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국적기 안에서 황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만큼 마약 유통 경로와 함께 해외 도피 기간 중 추가 범행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필로폰 취득 경로와 투약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추가 마약 범죄가 있었는지, 해외 체류 중 위법 행위는 없었는지도 폭넓게 살필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단계에서의 구속 기간(10일)을 모두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마약 범죄로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에서 세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마약을 투약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황씨는 지난해 배우 고(故) 이선균씨가 연루된 마약 사건과 관련해 2023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이는 이번 체포와는 무관한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