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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8000조원 굴린다…월가 새 큰손 떠오르는 '패밀리 오피스'

중앙일보

2025.12.26 06:35 2025.12.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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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미국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전담 관리하는 이른바 ‘패밀리 오피스’가 미국 월가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밀리 오피스는 부유층이 개인 자산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별도의 자산운용사로, 투자뿐 아니라 개인적·일상적 업무까지 포괄적으로 맡는다. WSJ은 최근 패밀리 오피스 설립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패밀리 오피스는 약 8030곳으로 추산된다. 2019년 6130곳에서 약 30% 증가한 수치로, 2030년에는 1만720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보고서 기준으로 약 5조5000억 달러(약 8000조원)에 달한다. 이는 5년 전보다 67% 늘어난 수치로, 2025년에는 6조9000억 달러(약 9970조원), 2030년에는 9조5000억 달러(약 1경37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딜로이트는 내다봤다.

대형 패밀리 오피스들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세계적 거물들의 자산을 대신 관리해왔다. 최근에는 수천만~수억 달러 수준의 자산을 가진 가문들도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거나, 여러 가문의 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멀티 패밀리 오피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지난 2018년 10월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벨레뷰 궁전에서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패밀리 오피스는 자산 운용 외에도 각종 청구서 처리, 세계 각지에 흩어진 개인 소유 부동산 관리, 전용기와 요트 같은 고가 자산 구매 자문까지 담당한다. 여행 계획, 짐 준비, 레스토랑 예약 등 비서 업무를 총괄하기도 한다.

조직 규모는 소수 인력에 그치는 곳도 있지만, 수백 명의 직원을 둔 곳도 적지 않다. 가사 관리사부터 심리 전문가, 예술 자문가까지 직군도 다양하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지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 전반에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들은 높은 재량권을 바탕으로 수십 년 단위의 장기 투자와 대규모 집중 투자를 감행할 수 있어, 공적 연기금이나 헤지펀드와는 운용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WSJ은 이들 자금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치과, 미용·헬스케어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밀리 오피스의 자산 규모는 머지않아 헤지펀드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패밀리 오피스 전문 로펌 넬슨 멀린스의 한 관계자는 “그저 성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폭발적”이라며 “패밀리 오피스 업계가 차세대 사모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동상. 로이터=연합뉴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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