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검찰이 명품 업계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하도급 '노동 착취' 관행을 겨냥하자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구찌·베르사체를 포함한 13개 명품 브랜드가 노동 착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명품 업체가 하도급 업체들이 단순 작업을 재하청하는 과정에서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묵인한다는 것이다.
정식 수사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최대 주당 90시간에 달하는 명품 하청업체의 장시간 노동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인 탓에 업계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명품의 높은 가격은 오랜 기간 숙련된 장인의 정성과 노력으로 형성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약 20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외주 생산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증한 수요로 속도가 붙었다.
최저임금 제도의 부재는 노동 착취 확산을 부채질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가운데 드물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절반 정도만 적용받는 노사 간 단체교섭으로만 정해진다.
명품 업체들은 재하청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도급업체가 다시 하청을 주려면 원청업체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하도급업체가 동의 없이 몰래 재하청을 줬다는 주장이다.
명품 신발·가방 브랜드 토즈의 회장 디에고 델라 발레는 "검찰이 우리 명성을 더럽히고 업계를 범죄자 취급하며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노동 착취 논란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 방치·묵인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가 아르마니와 크리스챤 디올의 노동자 착취 의혹을 조사하기도 했다.
밀라노 검찰의 파올로 스토라리 검사는 올해 10월 의회에서 "국가는 럭셔리 업계의 나쁜 행태를 뿌리 뽑는 일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