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에서 2025년 막바지까지 격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내란재판부 설치법안, 24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처리된 데 이어 ‘통일교 특검법’을 둘러싼 신경전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5년만에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 2일) 안에 처리하긴 했지만, 입법 줄다리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말 국회를 정쟁의 무대로 만든 주인공은 늘 예산이었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예산안 처리 지연이 일상화되자 2012년엔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포함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2012년 이후에도 예산안이 제때 통과된 건 2014년과 2020년, 올해 등 3번이 전부다.
2022년에는 예산 집행(1월 1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예산안이 처리됐다. 지난해엔 비상계엄 정국 속에서 12월 11일 정부 원안(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한 사상 초유의 ‘야당 감액안’ 단독 처리였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야당이 일방으로 처리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야 대표가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 2008년 성탄절엔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MB악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의장실 앞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는 “크리스마스도 반납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고 호소했고, 원혜영 원내대표는 “크리스마스는 국회에서 성스럽게 지내자”고 당부했다. 이후 26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무단 점검해 여댱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이렇듯 연말 국회는 매년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 적도 있다. 2006년엔 강성종·김희정·노웅래·박영선·이인영·이광철·전병헌 등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나눔의 크리스마스‘란 제목의 캐럴 음반을 냈다. 척수장애인 재활센터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이들은 12월 20일 국회에서 음반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2013년, 2014년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김무성·김관영·서영교 등 여야 의원들이 모여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캐럴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국회 캐럴 발매는 국민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신뢰받는 국회가 되는 평화와 화합의 길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