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벽을 뚫었다. 15개월만에 최고치다.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개선된 결과다. 원화 가치가 위안화 움직임에 동조하는 흐름이 있어, 최근 원화 약세 상황에서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위안화는 중국 역외 시장(CNH)에서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0.0048위안 오른(환율 하락) 6.9996위안에 거래됐다. 위안화가 6.9위안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27일(6.9797위안) 이후 처음이다. 26일에도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올해 미·중 관세 전쟁 속에서도 달러 대비 약 4% 올랐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약 7%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만이 아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8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다. 26일 상하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 상승한 3963.68에 장을 마쳤다. 연말을 앞두고 ‘산타랠리’ 기대감에 더해 위안화 강세가 겹쳐진 결과다. 왕칭 골든크레딧레이팅 수석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위안화는 달러 약세와 수출 업체의 계절적 외환 환전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이처럼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국 자본 시장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수출 호황을 기록 중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1조759억 달러로, 12월을 제외하고도 처음으로 연간 1조 달러를 넘겼다. 신숭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관세 충돌에도 불구하고 아세안ㆍ유럽 등 비(非)미국 수출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17.7%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은 오히려 5.3% 늘었다.
수출 기업 보호를 명목으로 의도적인 위안화 약세 전략을 펴오던 중국 정부는 최근 이례적으로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모양새다. 내년 최우선 경제 정책으로 ‘내수 진작’을 내세운 만큼, 수입 물가를 끌어내려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이날 달러당 기준 위안화값을 전장 대비 0.0034위안(0.05%) 높인 7.0358위안으로 절상 고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에도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G파이낸셜그룹의 리린 아시아 리서치총괄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유도해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전반의 오름세를 떠받칠 것”이라며 “내년 말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95위안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위안화가 1년 뒤 6.85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 부담이 커진 한국 외환시장에는 호재다.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짙어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원화 강세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5원 오른(환율 하락) 1440.3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4일(1437.9원) 이후 가장 높다.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시장 개입과 위안화 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