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트랜스퍼마크트가 선정한 2025년 축구계의 기적들 속에서 유독 이질적인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클럽도 국가도 아닌 한 명의 선수였다. 손흥민(LAFC)이었다.
트랜스퍼마크트는 2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2025년 한 해 축구계를 뒤흔든 기적적인 순간 8가지를 발표했다. 인구 15만 명의 퀴라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오르고 볼로냐가 51년 만에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차지했으며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반세기 넘는 기다림 끝에 잉글랜드 리그컵 정상에 선 장면들이 포함됐다. 모두 팀과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변이었다.
그러나 목록 한가운데에서 트랜스퍼마크트는 전혀 다른 접근을 택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야기하면서 토트넘 홋스퍼가 아닌 손흥민 개인을 ‘기적’으로 분류했다.
토트넘은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17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클럽의 오랜 무관 탈출이 핵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트랜스퍼마크트는 시선을 선수 개인의 시간으로 돌렸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채 커리어를 이어온 선수였다.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뛰는 동안 수차례 결승과 준우승을 겪었고, 늘 마지막 문턱에서 좌절했다. 수많은 동료들이 우승을 찾아 팀을 떠났지만, 손흥민은 남았다. 그 선택의 대가는 길고 고단한 무관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유로파리그 트로피는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손흥민에게는 커리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고, 토트넘 주장으로 들어 올린 첫 트로피였다. 트랜스퍼마크트가 이를 ‘기적’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과가 아니라 시간, 숫자가 아니라 인내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공식전 454경기에서 173골-101도움을 기록했다. 이미 기록만으로도 구단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성과였다. 하지만 그 숫자 옆에는 늘 우승이 없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팀이 흔들릴 때 책임을 떠안는 역할도 반복됐다.
그럼에도 그는 토트넘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결실을 맺었다. 이번 우승으로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세 번째 주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1971-1972시즌 앨런 멀러리, 1983-1984시즌 스티브 페리맨 이후 41년 만의 기록이었다.
우승 직후 토트넘 구단은 공식 채널에 손흥민의 트로피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진정한 레전드라는 문구를 남겼다. 21세기 토트넘 주장 가운데 유럽대항전 우승을 이끈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은 분명했다.
물론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 자체도 충분히 이변으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한 선수의 10년이 응축된 이 장면은 팀의 성과를 넘어선 서사로 남았다. 그 순간만큼은 ‘위대한 팀’보다 ‘끝까지 남은 선수’가 더 강한 울림을 남겼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