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박예완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간암은 초음파 등 검진으로 잡는 병 금주·단백질 섭취·검진 통해 예방
웬만해선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간(肝)이 침묵을 깨는 때가 연말연시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박예완 교수는 “이 시기에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미 진행한 간 질환이 검진과 음주를 계기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봤다. 간암은 같은 병기여도 환자에 따라 치료 조합이 갈린다. 남은 간 기능을 보존해야 항암을 견디고 재발에 대비한다. 명의에게 듣는다 ‘간암 편’, 박 교수에게 치료를 완주하는 전략을 들었다.
Q : 연말에 어떤 환자들이 병원을 찾나.
A : “건강검진에서 간경변·간암을 발견한 경우, 기존 간 질환자가 잦은 음주로 급성 악화를 겪은 경우다. 금주하며 증상 없이 유지하던 간경변증 환자가 갑자기 음주를 반복하면 간 기능이 한꺼번에 무너지며 토혈, 복수로 응급 상황에 빠진다. 간경변증은 무증상 기간이 길다. 이 기간에도 간암으로 진행되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Q : 간암 치료의 특징은.
A : “같은 병기라도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허용된다. 남은 간 기능과 전신 상태에 따라 종양을 태우는 고주파열, 종양으로의 혈류를 차단하는 색전술, 방사선·수술 등을 단계적으로 조합한다. 예컨대 한 40대 환자는 간 표면에 1㎝ 크기의 종양이 있었는데, 그 주변에 큰 혈관이 위치해 충분한 고주파열을 가하기 어려워 수술로 완치를 노렸다. 다른 60대 환자는 고주파열 치료 후 잔존암을 경동맥화학색전술로 이어가는 치료를 했다. 같은 초기 간암이지만 환자마다 여러 수를 놓는 전략을 쓴다. 종양이 큰 혈관이나 횡격막·위·장 인접 부위에 있으면 고주파열 치료 여부는 신중히 판단한다. 반면에 같은 치료가 고령이거나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더 안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Q : 소화기내과 의사의 역할은.
A : “간 기능을 보존하면서 다음 치료가 이어지도록 전체 흐름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치료에는 영상의학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혈액내과 등이 팀으로 움직인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조율자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를 끌고 가는 주치의다.”
Q : 재발에 어떻게 대응하나.
A : “간암에서 재발은 치료 실패가 아니라 예정된 질병의 경과다. 늘 다음 수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운다. 핵심은 간 기능이다. 간 기능이 무너지면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다. 환경도 발전했다. 면역항암제를 간암에 쓰게 됐고, 표적항암제 역시 환자 상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며 장기간 유지하는 전략이 자리 잡았다. 전체 환자의 생존 기간도 늘어났다.”
Q : 잘 놓치는 위험한 습관이 있다면.
A : “술을 마시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아 근육량이 적으면 젊은 연령이어도 간 기능이 빠르게 나빠진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 당분과 단백질은 필수다. 근육은 대사와 호르몬을 담당한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치료 경과가 좋다. 금주와 함께 단백질 섭취, 근력 운동을 반드시 권고한다. 간 질환은 피검사, 초음파 같은 검진으로 잡는 병이다. ‘몰랐다, 무서워서 안 했다’는 이유로 30분이면 되는 검진을 미루다 암을 발견했을 때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환자를 수없이 봐왔다.”
Q : 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건 언제인가.
A : “간암 환자 중에는 적극적인 암 치료 대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진료가 끝나는 건 아니다. 간 기능을 지키고 통증, 출혈, 복수 같은 합병증을 관리해야 환자가 원하는 편안한 시간을 지킨다. 이 경우 복수를 빼고 내시경으로 지혈하며 적절한 약을 투여하는 완화 치료를 한다. 치료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하나의 치료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