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의 가상화폐를 대가로 노트북에 원격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군 기밀 유출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실형이 확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보안법위반(간첩)죄와 국가보안법위반(편의제공)죄의 성립, 확정된 형사판결의 증명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인 이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A씨의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를 포섭한 뒤 군사기밀 유출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알게된 A씨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총 60만 달러(약 7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투자받았다. 또 A씨로부터 가상화폐로 2억6000만원 상당의 수익금도 지급받았다.
이씨는 A씨 지령을 받고 군사 2급 기밀인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ICCS)’ 해킹 시도를 했다. 이씨는 ‘포이즌 탭(Poison Tab)’이라 불리는 USB 형태의 해킹장비 부품을 구입해 북 공작원이 원격으로 프로그래밍 할 수 있도록 노트북에 연결해 도운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씨는 또 해킹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은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현역 군인에게 전달했다.
1심은 이씨가 가상화폐를 대가로 A씨의 지령을 받았을 때부터 간첩행위를 하는 북한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봤다. 부품 구입 등으로 A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려는 것을 알고도 편의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씨가 포섭을 시도한 현역 장교가 단호히 거절해 간첩 범행이 예비에 그친 점은 유리하게 적용됐다. 해킹장비의 제작이 완료되지 않은 채 압수된 점, 시계형 몰래카메라가 군사상 기밀 탐지에 사용되지 않은 점 등 미수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간첩)의 점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자칫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던 범행을 저질렀고 잘못된 점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범행을 전부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