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3차 투표…'군사정권 지원' USDP 압승 관측
수치 고문의 NLD 등 야당은 배제…국제사회 "군정 집권연장 요식행위"
미얀마, 군사쿠데타 4년 10개월만에 총선 개시…1차투표 실시
내년 1월 2·3차 투표…'군사정권 지원' USDP 압승 관측
수치 고문의 NLD 등 야당은 배제…국제사회 "군정 집권연장 요식행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에서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지 4년 10개월 만에 첫 총선이 시작됐다.
군사정권 측은 이번 총선을 통해 정권이 다당제에 기반한 민간 정부로 이양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총선이 사실상 경쟁 정치 세력의 출마를 봉쇄한 채 군부 통치 연장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전국 330개 타운십(행정구역) 가운데 102곳에서 총선 1차 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내년 1월 11일 100곳, 같은 달 25일 63곳에서 2∼3차 투표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며, 반군 등이 장악한 나머지 65곳은 현재로서는 투표가 예정돼 있지 않다.
상원 224석 중 168석, 하원 440석 중 330석이 이번에 선출되며, 상·하원의 각각 25%인 나머지 166석은 군 최고사령관이 임명한 현역 군인에게 배정된다.
총선이 끝나면 60일 안에 의회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다만 개표일·결과 발표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는 4천963명이 후보자로 등록했으며, 전국적으로 6개 정당이 경쟁한다.
이 중 군사정권이 지원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소속 후보가 1천18명으로 전체 출마자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USDP가 선거에서 압승하고 현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쿠데타 이전 2020년 총선에서 선출 의석의 80% 이상을 휩쓸며 압승했지만, 쿠데타 이후 해산됐다.
수치 고문은 부패 등 혐의로 27년 형을 선고받고 가족 면회 등 외부와 접촉이 철저히 차단된 가운데 복역 중이다.
NLD를 비롯해 군사정권 치하에서 해산된 정당 40여곳은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사실상 민주 진영 등 반대 세력은 선거에서 배제된 채 군사정권과 가까운 후보들 위주의 반쪽짜리 선거인 셈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이번 선거가 군부 통치를 포장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24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성명을 내고 이번 총선에 대표성이 있는 민주적 야당이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폭력·탄압·협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 군정은 잔혹한 폭력을 동원해 국민에게 투표를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행위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이 자유롭고 의미 있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와 평화 집회를 할 조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선거 분위기도 예전에 비해 매우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익명을 요구한 31세 남성은 로이터 통신에 "이번에는 후보자들이 거리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길거리에는 후보자들을 홍보하는 현수막만 보인다"고 밝혔다.
이 주민은 과거 선거 때는 활기찬 집회, 시끌벅적한 거리 시위, 대규모 모임 등 많은 활동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군부와 연계된 USDP나 다른 소규모 정당 후보들조차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USDP가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와 인터뷰한 주민 5명이 말했다.
이들은 또 군사정권 관리들이 투표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투표하지 않을 경우 벌어질 결과가 겁이 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얀마 제2 도시인 중부 만달레이 주민 느웨는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여행 제한이나 다른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한다면서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소문이 무성해서 사람들은 속으로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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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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