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유럽 영화를 국내에 소개해온 이수원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별세했다. 54세.
유족은 이 교수가 27일 오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문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 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파리3 대학에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 때부터 주한 프랑스 문화원을 자주 찾으며 유럽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영화 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 연구 등으로 학문적 영역을 넓혔다.
귀국 후 2006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위원회에 참여해 10여년 간 비아시아권 영화를 담당하는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유럽 영화의 미학과 최신 흐름을 국내 영화계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부산 영화제의 위상과 국내 관객의 시야를 넓히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유명 배우 쥘리엣 비노슈(2010), 소피 마르소(2015)의 부산 영화제 참석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강성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고인이 칸·베를린·베니스 영화제 등 유럽 주요 영화제 수상작을 부산 영화제에 소개하고 유럽 영화인들을 초청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15∼16년 열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에선 영화 전문위원을 맡아 한국 영화를 프랑스에 소개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전남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영화로 떠나는 지중해 기행』(2014) 등 저서와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비평의 길을 열다』(2013) 등 번역서를 남겼다.
유족은 언니 채원씨와 동생 기훈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9일 오전 9시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