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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넘겼지만, 이번엔 ‘환율’이 발목…기업들 “새해 경기 나빠요”

중앙일보

2025.12.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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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 모습. 달러당 원화가치가 147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 다수가 내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관세 다소 회복됐지만, 고환율이 원가 부담을 키우면서 여전히 경기 반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전국 220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77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74)보다 상승했지만, 18분기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본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부정적 전망에는 환율 부담이 작용했다.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이 기업 실적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실적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38.1%에 달했다. 이 중에는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23.8%), ‘수출 기업이지만 수입 원가 상승폭이 더 큰 기업’(14.3%)이 많았다. 반면 ‘고환율로 수출 실적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신재민 기자
내수 의존도가 높을수록 환율 충격은 더 컸다. 내수기업 전망지수는 74로 직전 분기와 같았다. 수출 기업 전망지수가 90으로 16포인트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전망지수(75)가 대기업·중견기업(각각 88)보다 낮았다. 대기업은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불확실성 완화로 수혜를 봤지만,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을 상쇄하지 못해 부담이 누적됐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들의 내년도 전체 경영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기업 경영환경 인식 조사’(150개사 응답)에서는 52.0%가 “내년 경영여건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꼽은 글로벌 리스크 1순위는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26.7%)였다. 보호무역·수출 장벽(24.9%), 세계 경제 둔화(19.8%), 에너지·원자재 가격 불안(15.3%)이 뒤를 이었다. 대내 경영 리스크로는 ‘내수 부진 및 회복 지연’(32.2%)이 가장 많았고, ‘인플레이션 심화’(21.6%), ‘금리 인하 지연·인상’(13.1%), ‘정책·규제 불확실성’(12.5%) 순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 기대는 살아났지만, 고환율과 내수 정체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며 “정부가 근본적 경제 체질 개선을 과제로 삼아 위기 산업을 재편하고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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