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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동네 자부심" vs "집회 소음 걱정"…다시 청와대 시대 맞는 효자동 주민들

중앙일보

2025.12.27 23:35 2025.12.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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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청와대 인근의 한 한식당 앞에 '경찰관 청와대 근무자 할인'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김예정 기자
" 다시 온다니까 솔직히 좋아요. 무엇보다 ‘대통령 동네’라는 특별하다는 자부심이 다시 생기니까. "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20년 거주한 주민 박정미(69)씨는 용산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오는 걸 반겼다. 박씨는 “집회·시위로 조금 불편해도, 치안 하나는 정말 좋았다”면서 “대통령이 가까이 산다는 느낌에 어깨가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효자동 주민도 “청와대 덕에 동네가 안전하고 깨끗했다”며 돌아온 ‘청와대 시대’를 기대했다.

29일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29일 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의 봉황기는 내려가고 청와대에서 올라간다. 우리나라 행정수반의 상징인 봉황기는 대통령 주 집무실에 상시 게양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약 3년 7개월 만이다.

인근 효자동·삼청동 자영업자들은 벌써 ‘청와대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28일 낮 12시쯤 종로구 궁정동에서 5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광재(63)씨는 “지난 2년 동안 장사 부침이 심했는데, 최근 경찰 손님이 많이 늘면서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식당 앞엔 ‘경찰관·청와대 근무자 할인’ 안내 문구가 붙었다. 점심시간에 온 경찰관 2명도 “경찰 할인돼요?”라고 물으며 식당 입구 식탁에 앉았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난 22일 기자들이 사용하는 춘추관으로 출입 기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직제상 정원은 경호 인력을 빼면 약 4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파견 나온 각 부처 소속 공무원·경호처·경찰 경비 인력과 용역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근무 인력은 수천 명 정도로 추정된다. 경복궁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변정숙(50대)씨는 “용산 가면서 청와대 직원 매출이 싹 끊겼는데, 한 달 전부터 다시 ‘청와대 장부’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근의 집회·시위로 인해 불편했던 과거를 다시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사는 라소정(17)씨는 “용산 이전 전까지 시위 소음이 크게 들려 공부는 최대한 멀리 있는 카페에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점주는 “집회가 시끄러워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았다”면서 “이제 돌아온다니 정리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통령실을 떠나보내는 용산 주민은 같은 이유로 안도감을 내비쳤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 아파트 경비원인 성정현(71)씨는 “대통령 집무실이 오고 나서 주말마다 열린 집회에서 터져 나오는 마이크 소리가 아파트 안까지 다 들어왔다”고 말했다. 용산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주말마다 교통이 마비돼 불편했는데, 이제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고민이 깊다.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집시법 제11조 3호에 따라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시위 전면 금지’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윤석열 정부가 대통실 앞 집회를 막자 2022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집시법을 개정하도록 했지만 시한이 지나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다.

일단 대통령경호처는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원칙으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청와대 진입로 5개 검문소에서 했던 일반 시민 대상 목적지 확인·소지품 검사는 중단한다. 아울러 강아지 모양의 달리기 코스인 ‘댕댕런 코스’의 한 구간인 청와대 앞길도 달리기를 허용하고 인근 등산로도 최대한 개방할 계획이다.



문상혁.김예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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