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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작가'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첫 회고전이 온다

중앙일보

2025.12.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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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런던 사무실에서 만난 데미안 허스트. 사진을 찍자고 하자 선반 위에 둔 작은 도트 페인팅을 집어들고 포즈를 취하며 “이베이에서 내 가짜 그림이 돌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얼른 사서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런던=권근영 기자
현대 미술의 악동, 죽음 씨(Mr. Death), 컬트 조각가, 시장 조작자….
영국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60)에게 일찍부터 뒤따랐던 별명이다. 올해 론 뮤익 전시로 역대 최다 337만 관객몰이를 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내년 3월부터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인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2007)’를 비롯해 포르말린을 채운 수조에 넣은 동물 사체 등 1990년대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백금, 다이아몬드, 인간의 치아. 사진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데미안 허스트는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에 다니던 1988년 버려진 창고에서 자신과 동료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프리즈(Freeze)’를 기획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젊은 영국 예술가들(yBa)’의 기수로 떠올랐다. 1991년 첫 전시에선 포르말린을 채운 수조에 죽은 상어를 넣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을 선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2017년 새로 제작한 포르말린 작품을 1990년대 원본처럼 보이게 미술관ㆍ갤러리에 전시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논란의 작가인 만큼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이 ‘흥행’을 노리고 이러는 게 맞냐”(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란 비판도 있지만 미술관 측은 “그를 빼고는 현대미술을 말할 수 없을 만큼 스캔들을 일으켰고, 역사적 재평가를 할 때도 됐다”고 맞선다.

서도호, Nest/s, 2024, 410.1x375.4x2148.7cm. 사진 서도호 스튜디오

지난해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서도호(63)의 전시도 내년 8월~2027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예정돼 있다.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라는 근본적 주제를 중심으로 초기작부터 현재까지의 작업 세계를 아우를 것”이라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오인환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서울의 장소들을 적은 향가루가 전시 기간 내내 타들어간다. 2019~2020년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설치 모습. 사진 오인환
2026년 새해에는 여성ㆍ퀴어 등 덜 주목받았던 미술가들의 전시도 이어진다. 올해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로 월간미술 선정 2025 최우수 전시에 꼽힌 아트선재센터가 내년에 주목하는 건 ‘퀴어’다. 길버트와 조지, 로버트 라우센버그, 애니 레보비츠, 얀 보, 오인환ㆍ이강승ㆍ최하늘ㆍ탁영준 등 7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LGBTQ+(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ㆍ성소수자 등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미술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Spectrosynthesis Seoul)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신체ㆍ젠더ㆍ인종 등 정체성의 경계 가로지르기가 미술로 어떻게 구현됐는지, 익선동ㆍ낙원동ㆍ이태원 등 서울의 시공간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나온 김윤신의 작품들. 사진 국제갤러리ㆍ리만머핀갤러리
리움미술관은 내년 상반기 전 세계 1세대 여성 설치미술가의 계보를 조명하는 국제 교류전 ’환경, 예술이 되다-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실험 1956-76‘을 연다. 하우스 데어 쿤스트 뮌헨과 공동 기획이다. 하반기에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향기’로 채운 구정아(58) 개인전을 마련했다.

호암미술관은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90)의 70년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을 마련했다. 호암미술관의 첫 한국 여성 미술가 개인전이다. 갤러리현대는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9월 김보희(73), 김 크리스틴 선(45) 두 여성 화가를 내놓는다. 김보희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 풍경화를 확립해 왔다. 청각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목탄 드로잉으로 그려온 김 크리스틴 선은 최근 영국의 미술전문지 ‘아트리뷰’ 선정 2025년 세계 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사 34위에 오른 작가다.

유영국, 작품, 1967,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사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작고 작가 회고전도 활발하다. 올해 세상을 떠난 최병소의 작품은 1월 페로탕 서울에서, 여성 사진가 1세대 박영숙은 2월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맞아 5~10월 서소문 본관에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민중 미술가 오윤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8월~2027년 2월 미술아카이브에서 ‘오윤 컬렉션’을 전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이대원전을, 청주에서는 한ㆍ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방혜자 회고전을 연다.
박경민 기자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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