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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맘 돌릴 RIA 설계 고심..."관건은 조세회피 얌체족 방지"

중앙일보

2025.12.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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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정부가 환율 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서학개미 유턴용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두고 ‘절세 얌체족’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누려놓고 다시 해외에 투자하면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이를 방지할 대책을 검토 중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활용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일정 기간 해외 주식을 매입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산 다음, 곧장 다른 돈으로 테슬라 주식을 담는 ‘스위치 투자자’에게는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거나 축소하는 식이다.

만약 RIA로 국내 주식 5000만원어치를 사놓고 다른 해외 주식 계좌로 테슬라 2000만원어치를 더 샀다면 그 차액인 3000만원에 대해서만 비과세를 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아니면 일정 한도 이상 해외 주식에 재투자할 경우 아예 비과세 감면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기재부는 12월 23일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판 뒤 RIA를 통해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세(20%) 등을 1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도는 매도 금액 기준 최대 5000만원이다.

그러자 서학개미 사이에선 어느 정도 수익이 난 해외 주식을 매도해 비과세 혜택을 받고, 기존 국내 주식을 팔아 다시 해외에 투자하면 된다는 식의 ‘체리 피킹(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이 가능할 거란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RIA를 악용해 양도세 감면 과실만 따 먹도록 내버려 두진 않는다는 방향성은 일관되게 가지고 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는 대로 법안이나 시행령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의 모든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은 데다 행정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년간 해외 투자를 못 하게 한다면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환율 안정과 국내 투자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며 “일단 세제 혜택을 노리고 국내로 들어온 돈이 최대한 국내에 오래 머물도록 하려면 장기투자펀드에 대한 세금 감면 한도를 더 늘려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RIA 투자 대상에는 채권형 또는 주식ㆍ채권 혼합형 ETF도 포함될 전망이다. 기술적으로 5000만원 전액을 다 투자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원화 예수금(현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환율 안정 대책의 일환인 만큼 일단 국내로 돌아오게 한 다음 투자 대상을 물색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금투업계에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100%로 하는 건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이 나와 70~80% 수준으로 완화할지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수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주식 비중이 과반을 훨씬 웃돌긴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1월 중순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2월엔 증권사들이 RIA 계좌를 출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RIA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든 1개만 개설하면 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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