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외환 거래 마감을 이틀 앞둔 가운데 올해 들어 평균 달러당 원화값이 1421.9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국면이었던 1998년 평균(1394.9원) 밑으로 원화가치가 내려갔다(환율은 상승). 최근 정부가 ‘환율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은 앞으로 1년간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굳어질 거라고 내다봤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주간 거래 종가 기준 달러 당 원화값 평균은 1452.6원이다. 분기별로 따져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1696.9원)와 계엄 사태 직후인 올해 1분기(1452.9원)에 이어 세 번째로 원화가치가 낮다. 올해 초부터 지난 26일까지 평균 달러당 원화값도 1421.9원으로, 1400원대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연이어 고강도 환율 대책을 내놓으며 매년 마지막 거래일에 결정되는 연말 종가 환율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말 종가 환율은 기업·금융기관 등이 재무제표상 외화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이때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내년도 대출·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 초 원화값이 1480원대까지 추락하자, 정부는 24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고강도 메시지를 냈다. 또 해외 주식 매도 양도소득세 면제(최대 5000만원) 같은 대책도 내놨다. 당국의 움직임에 달러당 원화가치는 24~25일 이틀 새 43.3원이나 올랐다(환율은 하락). 다음 거래일인 26일에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소식까지 전해지며 장중 환율은 1440원대로 자리 잡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환율은 1440원대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연말 종가 기준으로 외환위기였던 1997년 말(1695원),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말(1472.5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해외 IB도 향후 1년간 달러당 원화값이 1420~143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개 해외 IB의 향후 12개월 환율 전망치 평균은 1424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 1390원, 노무라 1380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395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IB가 1400원대 환율을 ‘뉴노멀’로 봤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xternal Sector Report)에서 지난해 기준 달러 대비 원화의 적정 환율을 1330원대로 추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맞는 수준으로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수급 불균형 등 중장기 과제에도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