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야권은 크게 술렁였다. 보수 진영에서 보기 드문 ‘3선 여성 경제통’으로 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던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 장관행을 택한 건 야권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2000년대 초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간판으로 내세웠던 여성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인 이 후보자는 정계 입문 전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KDI시절 그의 사수가 유승민 전 의원이다.
이 후보자는 2004년 한나라당에서 서울 서초갑에 전략 공천을 받아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동시에 여의도연구원 부소장, 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2007년 대선 경선 땐 친박근혜계로 분류됐고 무난히 2008년 총선에서 재선했다. 2012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최고위원으로 선출됐고, 그해 박근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경제 공약 개발을 주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이 후보자는 좀처럼 요직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후보자와 함께 박근혜 캠프에 몸 담았던 조윤선 의원은 장관과 정무수석에 발탁돼 승승장구했지만, 이 후보자는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후 비박근혜계로 경로를 틀었고, 2016년 서울 서초갑 총선 경선에서 조윤선 의원을 13표 차로 꺾고 3선 문턱을 넘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해 한동안 친유승민계로 통했다.
하지만 2020년 총선을 기점으로 이 후보자는 정치적 암흑기를 맞았다. 그해 서울 서초갑에서 컷오프됐고, 대신 출마한 서울 동대문을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2022년 2월 윤희숙 전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 경선에서도 조은희 의원에게 패했고, 그해 충북지사 경선에도 나섰다가 컷오프됐다. 지난해 총선 땐 서울 중·성동을에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28%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탄핵 반대와 석방을 주장하는 집회에 참석했고,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지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후보자가 더는 보수 진영에서 자신의 강점인 경제 분야 등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힘들다고 보고 이재명 정부행을 택한 것 같다”고 했다.
김성식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임명된 데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실장은 2004년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는데, 손 지사와 강 실장을 이어준 게 김 전 의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