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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커리’에게 일본은 좁다

중앙일보

2025.12.28 07:01 2025.12.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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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 벨카 이현중이 치바 제츠와 경기에서 21점을 몰아치며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 나가사키 벨카 SNS

한국 농구 국가대표 에이스 이현중(25)이 일본에서 다시 칼을 갈고 있다.

일본프로농구(B리그) 나가사키 벨카 소속 이현중은 28일 나가사키의 해피니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시즌 정규리그 치바 제츠와의 홈 경기에서 93-77 승리를 이끌었다.

이현중은 3점슛 7개를 던져 5개를 성공하는 등 21점을 올렸고, 리바운드도 7개 잡았다. 그는 팀이 끌려가던 3쿼터 2분여를 남기고 3점슛 2방과 앨리웁 득점으로 홀로 8점을 몰아쳐 경기를 뒤집었다. 86-72로 앞선 경기 종료 1분 53초를 남기고 쐐기 3점포를 꽂았다.

이현중은 전날 치바와 경기에서도 13점, 11리바운드로 활약하면서 86-79 승리를 이끌었다. 동부 1위 치바(22승6패)와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서부 1위 나가사키는 25승 3패로 선두를 달렸다.

이현중은 치바와 일본 국가대표팀 에이스 와타나베 유타(31)를 상대로도 이틀 연속 판정승을 거뒀다. 와타나베는 전날엔 4점 4어시스트에 그쳤고, 이날엔 15득점을 올렸다.

와타나베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6년(2018~24)이나 생존했던 선수다. 멤피스 그리즐리스, 브루클린 네츠 등에서 213경기를 소화했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사이즈와 힘, 수비가 좋은 와타나베를 상대로, 슈팅가드 겸 스몰포워드 이현중은 고감도 3점포와 골밑 돌파를 선보였다.

한국과 일본은 2027 국제농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B조에 나란히 속해 3월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현중은 지난달 중국과 1, 2차전에서 도합 53점을 몰아치며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중국 매체 소후는 “이현중은 중국에 악몽이었다. 대학 시절 ‘코리안 커리’라 불렸던 선수”라고 했다. 에이스인데도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로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린 이현중 덕분에 한국은 8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꿈꾸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아 쿼터로 일본프로농구 나가사키 벨카로 이적한 이현중. 올 시즌 나가사키 돌풍의 주역이다. 사진 나가사키 벨카 SNS

이현중은 올 시즌 나가사키 도약의 주역이기도 하다. 27경기에 출전해 평균 17점, 6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3점슛 평균 3.3개, 성공률 46.4%로 두 부문 모두 리그 1위다.

10월과 11월엔 나가사키 구단 월간 MVP인 ‘BEST HASIT PLAYER’에 뽑혔다. HASIT는 강인하고(Hard), 공격적이며(Aggressive), 빠르고(Speedy), 혁신적이며(Innovative), 팀워크를 중시하는(Together)이라는 뜻이다.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이현중을 보기 위해 팬 투어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B리그를 중계한다.

일본 나가사키 이현중(왼쪽). 사진 일본 B리그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의 데이비슨대 직속 후배인 이현중은 대학 3학년이던 2022년 NBA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지명되지 못했다. 직전에 NBA 캠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다. 이후 근육을 키워 체중을 8kg 늘린 이현중은 NBA G리그를 거쳐 2024~25시즌 호주 일리와라 호크스에서 뛰었다. 그의 어머니는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성정아(60)씨다.

지난 7월 아시아 쿼터로 나가사키 유니폼을 입은 이현중은 여전히 NBA 진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조현일 해설위원은 “조지워싱턴대 출신 와타나베는 NBA 드래프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스물네 살이던 2018년 하부 리그와 NBA팀에서 동시 계약하는 방식을 통해 NBA에 입성했다. 아시아 선수들의 길을 닦아 놓은 셈”이라며 “NBA 스카우트가 일본리그 외국인 선수를 지켜보는데, 이현중이 효율과 볼륨, 팀 성적을 좋게 가져간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현중의 팔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Everything’s impossible until someone does it(모든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누군가 그것을 해낼 때까지는).’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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