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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에 대해’에 관해

중앙일보

2025.12.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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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를 웬만하면 쓰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외국어를 번역하면서 생긴 표현이라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어에서 그대로 가져온 표현이라고도 한다.

“공 던지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는 “공 던지는 방법을 알아보자”가 더 낫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을 보면 굳이 ‘~에 대해’를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뒤의 문장이 더 간결하게 보이고, 의미도 흐려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표현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문장이 한결 가볍고 또렷해진다.

비슷하게 “환경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역시 “환경 보호를 생각해 보자”로 고쳐 쓸 수 있다. “시험 준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도 “시험 준비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라고 하면 말이 자연스럽다. 이런 예들을 보면 ‘에 대해’는 없어도 뜻이 충분히 전달되고, 오히려 문장이 단정해진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에서 ‘에 대해’를 다른 표현으로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를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해?”로 바꾸면 어색하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뜻이 달라진다. 앞의 문장은 사건을 둘러싼 맥락과 평가 전반을 묻는 느낌을 준다. 반면에 뒤의 문장은 대상 자체에 대한 판단으로 범위가 좁아진다.

“너 길동에 대해 아니?”와 “너 길동이 아니?”에서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앞 문장은 길동이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물을 때 쓰인다. 길동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친구 관계는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 등을 담고 있다. 뒤 문장은 단지 길동을 아는지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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