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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지도 몰랐던 소말릴란드, 이스라엘 대뜸 “국가인정” 왜

중앙일보

2025.12.2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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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부 미승인 국가 ‘소말릴란드(영어명 Republic of Somaliland)’가 국제사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승인하자 소말릴란드가 위치해 있는 소말리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연합(AU)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줄줄이 국가 승인에 반대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긴급회의를 연다.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 국토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미승인 국가다. 인구는 약 400만 명이며 면적은 약 17만6120㎢로 대한민국(약 10만㎢)의 약 1.7배에 달한다. 해당 지역은 본래 영국의 식민지였으나 1960년 내륙의 이탈리아 식민지 지역과 통합해 독립하면서 소말리아가 됐다. 그러다 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시아드 바레 대통령이 91년 축출되자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김주원 기자
소말리아 정부는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말릴란드는 이후 약 20년간 이어진 소말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서 자체 군대와 화폐를 보유하고, 대선을 포함한 여러 선거를 독자적으로 치르며 독립 정부를 운영해왔다. 소말리아 본토보다 소말릴란드의 치안 상황이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지역 내에선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제 사회에서 국가 승인을 받기 위한 소말릴란드의 노력에 처음으로 화답한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26일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소말릴란드가 1년간의 논의를 거쳐 대사 임명 및 양국 대사관 개설을 포함한 완전한 외교 관계 수립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압디라흐만 무함마드 압둘라히 소말릴란드 대통령과의 화상 통화에서 이번 외교 관계 수립을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난데없이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인정하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려는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소말릴란드는 인도네시아, 남수단, 리비아, 우간다 등과 함께 이스라엘과 미국이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국가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인접국들은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인정할 경우 아프리카 전역에서 민족 구성 등을 이유로 분리 독립 요구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중동 20여개국과 이슬람 협력기구(OIC)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조치는 국제평화와 안보에도 큰 영향을 준다”며 반발했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인 미국도 반대 입장을 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소말리아의 영토적 완전성을 인정한다”며 “소말리아는 소말릴란드 땅을 포함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6일 “소말릴란드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EU는 “유엔 헌장과 아프리카연합 헌장, 소말리아 헌법에 따른 소말리아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 통합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성명을 냈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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