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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순재 유언 공개됐다.."연극계 맡아달라" 마지막까지 천상배우

OSEN

2025.12.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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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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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수형 기자]고(故) 이순재가 생전 마지막까지 무대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모습과 함께, 후배 박근형에게 남긴 ‘유언’과도 같은 당부가 공개돼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28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는 ‘꽃할배’들의 영원한 막내이자 로맨티스트 배우 박근형이 스페셜 MC로 출연했다. 박근형은 지난해 11월 별세한 이순재를 떠올리며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하다시피 한 사이라 가슴이 너무 아프다. 모든 후배들이 선배님이 해주신 것들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은 깊은 회한으로 남았다. 박근형은 “몸이 불편하다고 병원에 가신 뒤 얼굴도 뵙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마지막 모습을 못 본 게 너무 서운하다”며 끝내 전하지 못한 인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그는 고인이 생전에 남긴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부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형은 “연극 공연장을 찾아오셔서 ‘앞으로 연극계는 네가 맡아야 해. 열심히 좀 해줘’라고 하셨다”며 “그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고 밝혀 스튜디오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고인은 병원에 가기 전, 마지막까지 후배의 공연장을 찾아 응원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먹먹함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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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의 연기를 향한 철학과 삶은 지난해 4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38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다. 데뷔 68주년을 맞아 처음 생긴 팬클럽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옛날엔 배우를 그냥 ‘딴따라’라고 불렀다. 만나도 ‘신성일보다 키가 작네’ 이런 소리나 들었다”며 웃어 보였지만, 그 속에는 평생 연기로 버텨온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언어’를 꼽았다. “배우란 그 나라의 언어다. 장단음을 구분해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박사도 무학도도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조언했고, “나 자신을 비하하지 마라. 차근차근 올라가면 된다. 최민식도, 송강호도, 마동석도 다 그렇게 올라온 거다. 나도 뭐든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가장 행복한 건 공연하다 죽는 거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죽음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며, 90세가 넘어서도 드라마와 연극, 강의를 모두 놓지 않았다. “정신없이 뛰었다. 그게 즐거움이고 보람”이라는 말처럼, 그는 마지막까지 ‘연기’ 그 자체로 살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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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그의 마지막 작업은 KBS2 드라마 ‘개소리’였고, 이 작품으로 그는 데뷔 68년 만에 생애 첫 KBS 연기대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옵니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받아야 합니다”라며 “평생 신세 많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 장면은 최근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추모 특집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서도 다시 조명됐다. 다큐에서는 병상에서 ‘2024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무겁다…”라고 말하던 고인의 모습이 공개됐다. 짧은 한마디에는 70년 연기 인생의 무게와 작품을 향한 갈망, 그리고 끝까지 현장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배우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무대를 꿈꾸던 배우. 배우를 ‘언어’라 말하며 자기 확신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던 스승. 그리고 후배 박근형에게 “연극계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며 끝까지 무대를 생각했던 큰 어른.이순재가 남긴 말과 모습은 한 시대의 배우를 넘어, 한 시대의 ‘선생’이 남긴 유산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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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화면'


김수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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