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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년 동안 진상 규명조차 못 한 무안공항 참사

중앙일보

2025.12.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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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유족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79명 숨진 최악 참사, 법적 책임 누가 지나



로컬라이저 개선 공사 등 사후 대책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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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태국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29일)로 꼭 1년이 된다. 승객(175명)과 승무원(6명) 등 181명 중 승무원 2명만 생존하고 179명이 희생된 최악의 항공 참사였다. 유가족들이 사고 조사의 독립성·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1년이 지났는데도 당국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 결과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꾸려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국토부는 사고 여객기의 공항 착륙을 앞두고 새떼가 엔진으로 빨려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으며, 사고기 엔진에서 새 깃털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고기의 엔진 2개를 프랑스로 보내 엔진 제작사(CFMI)에서 정밀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사조위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 이후) 크게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닌 왼쪽 엔진을 정지시켰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내용을 지난 7월 유가족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유가족이 “조종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자 발표를 취소했다. 그로부터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사고 원인에 대한 종합적이고 공식적인 결론 없이 1년째 계속 ‘조사 중’인 상황이다.

진상 규명은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첫걸음이다. 진상 규명이 미흡하면 사후 대책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사고 당시 활주로 중간쯤에서 동체 착륙하던 여객기가 활주로 밖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전국 7개 공항 활주로 바깥 둔덕을 충돌 시 잘 부서져 에너지 흡수가 잘되는 시설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7곳 중 5곳은 개선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1년간 당국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원인 조사 공표가 늦어지면서 책임자 수사도 겉돌고 있다. 사고 직후 꾸려진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지금까지 제주항공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제주항공 대표와 임원 및 무안공항 관제탑 관계자 등 50여 명을 불러 수사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기소된 관련자는 한 명도 없다. 교통 당국이 진상 규명을 못 하고 있으니 사고 후 1년이 지나도록 법적 책임을 묻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전현직 국토부 공무원 등이 포함된 사조위의 독립성을 줄곧 문제 삼아왔다. 이에 따라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해 내년 초에는 총리실 산하에 사조위를 꾸릴 예정이다. 정부는 유가족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문가로 사조위를 구성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조속히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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