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부담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네팔 남부 칸찬푸르와 라우타하트 지역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으로 생계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여성들에게 더욱 집중된다. 물과 식량을 구하고 가족을 돌보는 역할은 물론 소득 활동까지 동시에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기존의 성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네팔 기후위기 취약 지역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3개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여성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변화의 주체로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업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농업과 경제 활동을 통해 여성들의 생계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핵심은 지역 여성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학습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여성역량강화위원회(WEC)’다. WEC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라우타하트와 칸찬푸르 지역에는 총 38개의 WEC가 새롭게 조직되거나 개편됐으며, 976명의 여성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여성들은 이곳에서 경제 활동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지역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소득 증대를 위한 금융문해교육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올해만 총 872회의 교육이 실시됐으며, 평균 이수율은 78.4%에 달했다. 실제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은 여성들의 금융 이해도와 경제적 의사결정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옥스팜은 여성 역량 강화와 함께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남성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해 성차별적 규범을 완화하고, 여성의 경제 활동을 지지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더욱 심화되는 젠더 기반 폭력과 차별 문제를 함께 다루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옥스팜 코리아 국제개발사업 담당 김민주 대리는 “기후위기는 더는 환경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의 성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기후위기 취약 지역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과 기후 회복력을 키우고 주체적으로 지역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옥스팜은 2000년부터 네팔 정부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금융·경제 교육, 직업훈련, 리더십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 지역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출범한 옥스팜은 현재 전 세계 약 80개국에서 식수·위생, 식량 원조, 생계 자립, 여성 보호와 교육 등을 전개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