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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떨어졌나" 느낄때 새롭게 뜬 치매치료 골든타임 [Health&]

중앙일보

2025.12.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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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치료 전략

주요 원인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억제
연구결과 치매 진행 위험 42% 감소
독일 등에서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

기억력 저하를 경험했다면 증상 완화를 돕는 의약품을 활용하는 등 인지 기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출처: Gettyimagesbank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치매는 환자 삶의 질을 훼손하고 가족에게도 돌봄 부담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안긴다. 이에 따라 치매는 더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된다. 치매는 증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예방·관리해 질병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엔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을 늦추는 신약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가 출시되고, 예방·관리 단계에서 은행잎추출물 성분의 약이 주목받으면서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오랜 기간에 걸쳐 두뇌의 신경세포가 쇠퇴하고 뇌 조직이 소실되다가 결국 뇌가 위축되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뇌혈관 혈액량 늘려 뇌 신경세포 보호

치매는 중증으로 진행하면 완치가 어렵다. 다행히 대부분은 급작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 뇌 기능에 영향을 주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쇠퇴하면서 경미한 인지 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바로 치매 전 단계로 통하는 ‘경도인지장애’다. 경도인지장애는 동일 연령대 대비 인지 기능이 뚜렷하게 저하돼 있으나 일상생활의 독립성은 유지되는 상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025년 298만 명에서 2033년 408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노인의 연간 치매 전환율이 1~2%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연간 10~15%가 치매로 이어진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 장애 발생 여부에 따라 기억상실형과 비기억상실형으로 구분한다.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비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학계에선 ‘주관적 인지장애’도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 ‘자주 깜빡깜빡한다’고 느끼지만, 인지 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 범위인 경우다. 과거엔 이를 단순한 불안증으로 생각했으나 요즘엔 치매 발생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된다.

이처럼 인지 기능의 변화가 미묘하게 나타나는 초기 시점이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치매 치료는 단계별 접근이 중요하다. 요즘 경도인지장애와 주관적 인지장애 단계에선 은행잎추출물 성분의 의약품 처방이 많은 편이다. 국내 원외 의약품 시장 분석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인 ‘KNDA(Korea National Dispensing Audit)’ 자료에 따르면 은행잎추출물 성분 제품의 월평균 매출이 2021년 49억원에서 2025년(11월 기준) 7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은행잎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 효과와 항산화 작용을 통한 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을 늘려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이 전달되도록 돕는다.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은 2021년 합의문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증상 치료 분야에서 은행잎추출물을 ‘클래스 I, 레벨 A’로 권고했다. 클래스 I은 해당 치료가 유용하고 효과적이며 이로운 점이 위해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며, 레벨 A는 권고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가장 강력한 단계란 의미다.

또 독일에선 2000~2019년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환자 2만4483명을 평균 3.8년(최대 20년) 관찰한 결과, 은행잎추출물을 5회 이상 복용한 환자군에서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약 42%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 등에선 은행잎추출물 제제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돼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팀이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은행잎추출물이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의 독성 응집(올리고머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외 임상 연구 통해 효과 확인

은행잎추출물 비투여군에선 치매로 진행된 사례가 나왔으나 투여군에선 치매로 전환된 사례가 없었다. 연구진은 “은행잎추출물은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기억력 저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의 올리고머화 과정을 억제한다는 근거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점진적으로 ‘올리고머→프로토피브릴→피브릴→플라크’ 등으로 뭉치면서 독성이 커진다. 레켐비의 경우 올리고머 이후 단계인 프로토피브릴을 표적하는 치료제다. 2주 간격으로 정맥 주사를 맞아야 하고 연간 치료비가 3500만원 정도 든다. 한 전문가는 “치매는 진행 단계가 깊어질수록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이 본격화하기 전 초기 올리고머화 단계부터 관리해야 실질적인 치매 예방·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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